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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된 단통법'은 누구 위한 것?

추가 지원금 비중 상향으로 개정 추진
시장 왜곡 못 막는 법 자체 한계 뚜렷

 
 
정부가 지원금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단통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연합뉴스]
지원금이 늘어나면 통신비 부담이 가벼워질까. 언뜻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통신비는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으로 구성된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최신 스마트폰 단말기를 살 때 지원금을 얹어주면,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 게 뻔하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단통법 개정안(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은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그간 단통법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단말기 지원금 공식을 정해뒀다. ‘이통사가 각각의 단말기에 책정한 공시지원금+이통사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추가지원금’. 이 계산을 뛰어넘는 지원금은 모조리 불법이었다. 그런데 이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추가지원금’의 비중을 최대 30%까지 올리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법안 개정 추진의 노림수는 또 있다. 이른바 ‘성지점’으로 불리는 불법 지원금 유포 매장을 근절하겠다는 거다. 성지점은 법이 정한 금액을 웃도는 불법 지원금을 주는데도 소비자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법을 어기는 것도 문제지만, ‘시장 왜곡’ 논란으로도 번졌다. 성지점을 찾는 소비자만 저렴하게 단말기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대는 이렇다. “유통매장의 추가 지원금을 두 배로 끌어 올리면, 소비자들이 굳이 불법 매장을 찾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 기대대로 시장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성지점은 불법을 감내하면서 단발성으로 지원금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데, 이번 조치는 성지점을 양성화하는 것과는 무관한 일”이라면서 “개정된 혜택보다 ‘싼 물건’을 찾는 소비자의 움직임을 일일이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정에 따른 소비자 혜택이 큰 것도 아니다.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21’을 KT 통신사를 통해 산다고 가정해보자. 5GX 프라임(8만9000원) 요금제를 선택하고 2년 약정을 선택할 경우, 갤럭시S21의 공시지원금은 45만원이다.
 
정상적인 유통매장이라면 45만원의 15%인 6만7500원까지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단통법이 개정돼 이 비율이 30%로 늘어도, 추가 지원금은 13만5000원에 그친다. 이동통신 유통매장 관계자는 “성지점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단말기 값에 얹어주는 불법 지원금은 수십만원 수준”이라면서 “추가 지원금이 몇만원 늘어난다 한들 불법 지원금 행태가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통법 시행 7년, 소비자 권리 보호 효과 극히 드물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단통법엔 과거 ‘지원금 상한 조항’이 있었다.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최신형 단말기를 두고 지원금을 최대 33만원 이내로만 지급할 수 있도록 선을 그었다. 이 조항은 단통법 시행과 함께 3년만 유지되는 일몰 규정이었기 때문에 2017년 9월 사라졌다. 당시 업계에선 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는 만큼, 이통3사가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뿌릴 거란 기대가 팽배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파격적인 지원금 정책을 시행하는 이통사는 없었고, 일부 매장에서 공시지원금을 웃도는 불법지원금을 뿌리는 일만 횡행했다. 지난해 7월 방통위가 이통3사에 불법 차별 지원금을 지급했단 이유로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  
 
단통법의 실효성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시행(2014년 9월)한 지 7년이 흘렀음에도 이 법은 여전히 국민들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동통신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권리를 보호받았다’는 소비자는 찾아볼 수 없어서다. 단통법을 덧대 누더기로 만들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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