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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쏘아올린 중화권 증시 회복 신호탄

[중국 증시 기지개]①
저비용‧고효율 앞세운 중국 AI…미국 테크 ‘긴장’
중국 M7, 중장기 주가 견인…리스크 우려 고려해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최근 내놓은 생성형 AI R1에 질문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던 중화권 증시가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인공지능(AI) 붐과 함께 중국의 대표 기술주들이 급등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홍콩 시장의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의 대표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15.41%(2월 20일 기준) 상승했다. 중국 우량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18.1% 올랐다.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지속된 약세장에서 벗어나는 흐름이다. 최근 몇 년간 홍콩 증시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기술 규제 ▲미·중 갈등 ▲부동산 시장 위기 등으로 인해 침체를 겪어왔다. 특히 2021~2023년 동안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했으나, 올해 들어 반등세가 본격화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딥시크가 불러온 투자 심리 개선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항셍테크 지수를 보면 이러한 상승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따르면 올해 들어(2월 20일 기준) 항셍테크 지수는 27.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대 오른 것과 비교해 항셍테크 지수의 상승률이 약 7배에 달한 셈이다.

이번 강세는 딥시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 V3’를 공개했으며 지난달에는 V3를 기반으로 추론에 특화된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 R1’을 선보였다.

저비용·고효율을 강조한 딥시크 R1의 등장은 전 산업계에 충격과 함께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미국이 주도해 온 AI 패권까지 뒤흔들 수 있는 위협으로도 해석됐다. 실제 빅테크 기업의 대항마로 떠오른 딥시크의 충격으로 1월 27일 엔비디아 주가가 17% 폭락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AI 산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요 투자 테마로 부상하면서, 중국 AI 기술의 발전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딥시크 AI는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하며 ▲자연어 처리 ▲검색 엔진 최적화 ▲기업용 AI 솔루션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AI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AI 기술을 접목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까지도 주목받으며 중국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중국 빅클라우드 업체인 화웨이·텐센트·바이두 등이 AI 비용 절감 차원에서 딥시크 추론 모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의 주가는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사의 위챗(Weixin) 메신저 앱에 AI 모델 딥시크를 테스트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바이두 또한 딥시크 R1 모델을 자사의 검색 엔진과 완전히 통합할 계획을 밝혔다. 다만 실적 발표를 앞두고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BYD(비야디) 역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딥시크를 탑재해 자율주행 시스템 성능을 개선했다. 이 밖에 애플과 AI 협업 소식이 알려진 알리바바의 주가는 이달 들어 18일까지 28.69%나 급등했다. 항셍테크 편입 종목들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항셍지수 과열에 대한 우려까지 나왔다.

중국 대표 기술주 강세…리스크 우려는 ‘여전’

메리츠증권은 중국 테크 산업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상장사로 중국판 M7(Magnificent7)을 꼽기도 했다. 중국판 M7인 텐센트·알리바바·샤오미·비야디·메이퇀·SMIC·레노버는 AI 산업 확대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응용이 확대되며 신생 산업이 부상하고, 기존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이어 “위축됐던 중국의 테크 생태계에 새로운 동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기업의 빠른 AI 응용 확산으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축소하는 과정들이 중국 M7의 중장기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며, 비중 확대를 권한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AI 모멘텀(상승동력)과 함께 중화권 증시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중국 증시의 상승세는 딥시크 R1 출시 이전 중국 시장이 저평가 상태였으며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이 작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라며 “장기적으로 중국 내 AI 애플리케이션 성장을 비롯해 LLM·클라우드·AI 디바이스·정보통신(IT) 장비·데이터센터 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AI 산업은 경쟁국인 미국 대비 저비용·고효율·개방형이라는 AI 경쟁 포지션을 구축하며 양국이 현재 구축 중인 양자컴퓨터, 우주항공 등 차세대 기술 분야로 이를 확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중국 투자의 핵심은 매크로(거시경제)가 아닌 딥시크가 쏘아 올린 AI 산업에 초점이 맞춰진다”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점 등은 리스크로 지적된다. 또한 ▲딥시크의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산업 규제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 변화 ▲글로벌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중화권 증시의 상승세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수익 기회, 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주요 AI 영역을 활용하고 있다”라며 “신뢰도가 향상되면 중국 주식의 공정가치가 15%에서 2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딥시크의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산업 규제, 서방국들의 수출 통제 강화 등은 리스크”라고 짚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를 60%까지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어 파격적인 관세 인상 우려가 여전하다”라며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조치가 나오기 어려운 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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