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인사이트] 유니콘 '무신사'의 연이은 거짓 대응
무신사, 사실 보도에도 ‘사실 무근’으로 일관
'조만호 후임에 한문일 본부장 선임' 보도에 "사실 무근" 대응
4월엔 “29CM 인수 가능성 0%”라더니…한달 만에 인수 발표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사실무근입니다”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게서 가장 많이 전달받은 공식 입장이다. 물론 취재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닐 때,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이 확인된 내용임에도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것은 금방 들통나는 거짓말일 뿐이다.
최근 무신사 관련 이슈를 취재하며 기자는 무신사의 거짓말을 연속으로 보았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6월 3일 사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이코노미스트]는 조만호 대표에 이어 무신사를 이끌 차기 대표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 결과, 무신사가 조만호 대표 단일체제에서 2인 공동대표 체제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그 중 한 명으로 한문일 무신사 성장전략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음을 전달받았다. 무신사측에게는 신임 대표에 대한 물음에 대해 "아직 공개할 수 없고, 빠른 시일 내에 차기 대표를 공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6월 4일 [이코노미스트]는 업계 및 무신사 내부 인력 취재를 바탕으로, 단독 기사 ‘조만호 무신사 대표 후임자는 한문일 본부장’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리고 기사가 올라간 지 5분도 안 돼 무신사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기사를 내려주세요.” 그러나 10분 후 또 다른 무신사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실 맞습니다. 아직 공개 전이니 한문일 본부장 이름 뒤에 ‘유력’을 붙여줄 수 있나요?”
단 10분 만에 입장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10분 전 무신사 측이 전달한 ‘사실무근’은 거짓말이었다. 그로부터 2시간 후인 4일 오후 5시, 무신사는 조만호 대표 후임으로 '강정구∙한문일 공동 대표이사가 선임한다'는 보도자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매체 50여 곳에서 이를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이코노미스트]는 무신사가 온라인 패션 플랫폼 ‘29CM’를 인수하고자 한다는 내용을 투자업계로부터 알아냈다. 무신사의 앞선 ‘W컨셉’ 인수 건이 불발하면서 다음 타깃으로 ‘29CM’를 인수하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때도 무신사 측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절대 아니다, 29CM를 인수할 가능성은 0%다.”
기자는 투자업계와 패션업계를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4월 19일 기사 ‘W컨셉 인수 불발한 무신사, 29CM에 눈독 들이나’를 작성했다. 무신사 측의 “타 플랫폼 인수 계획이 없다”는 답변도 함께 실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거짓말이었다. 보도 한 달 뒤인 5월 17일, 무신사는 ‘29CM과 29CM를 운영하는 스타일쉐어까지 모두 인수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냈다. 한 달 전에는 0%였던 인수 가능성이 인수 100%로 바뀐 것이다.
무신사가 29CM와 스타일쉐어를 인수하는 규모는 300억원.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결정 내리기엔 비교적 큰 규모의 투자다. 물론 인수가 확정 나기 전까지 투자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무신사 입장에서는 위험요소일 수 있었다. 그래도 ‘거짓’ 대답이 아닌 다른 정보로 상황을 설명할 순 없었을까.
남혐·갑질 논란에도 ‘급한 불 끄기’ 급급
최근 무신사는 남녀차별 쿠폰 지급 문제, 입점 디자이너들에게 무료배송 정책을 강제한다는 갑질 논란 등으로 진통을 앓았다. 이때마다 무신사는 나름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문제를 축소, 아니 일축하고자 했다.
기자 한 명이 던진 질문과 사실 확인에도 거짓말을 일삼는 무신사가 과연 350여만명의 무신사 이용자와 100여곳의 입점사에게는 얼마나 진실될까. 무신사는 국내 열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이다. 지난 3월에는 기업 가치 2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매출 규모에 비해 내부 정책이나 운영방안은 아직까지 타인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6월 4일 [이코노미스트]의 한문일 본부장 신임 대표 기사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부분에 대해 “당일 시점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대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 요청한 부분이었다”고 해명했다.
유니콘 기업은 날개를 달고 더욱 훨훨 날기를 꿈꾼다. 하지만 무신사가 이처럼 내부 운영 측면에서 거짓과 해명을 되풀이하는 ‘병아리’ 회사에 머문다면, 덩치만 크고 정작 세계 시장으로는 날지 못하는 ‘닭’으로 남기 마련이다. 성장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대중이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사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유니콘다운 탄탄한 날갯짓을 고민해야 할 때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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