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인재' 광주 철거건물 붕괴, "구조검토·현장관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붕괴 위험 5층 건물…단계별 작업 안 거쳐
현대산업개발 “경찰수사 협조·피해자 지원에 최선 다 할 것”
17명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10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전날 붕괴한 5층짜리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구조검토 및 현장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건물 철거 과정에서 가장 핵심은 위에서부터 한 층 한 층 제거하는 동시에 하중에 부담을 주는 철거 잔해를 그때 그때 치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이번(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현장에선 이러한 과정 없이 뒤편 외벽부터 깨들어가며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건물 철거는 붕괴 가능성이 있는 위험작업에 속해 사전에 지형 및 건물구조를 검토하고 철거 순서를 계획하는 과정이 필수다. 또 전문가들은 외벽 뿐 아니라 슬라브 하중을 받치는 내벽이 무너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붕괴위험까지 예측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계획대로 철거가 진행되는 지 관리·감독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및 39조에 따르면 건물 등의 해체작업을 할 경우에도 근로자 안전을 위해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ㆍ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할 뿐 아니라 작업지휘자도 지정해야 한다.
해당 철거작업은 건물보다 높게 쌓은 토사 위에서 굴삭기가 건물을 철거하는 방식으로 신고되어 공사가 진행됐다. 사고 건물은 뒤편 외벽부터 굴착기로 철거에 들어갔으며 이 때문에 건물이 도로 앞쪽으로 붕괴하며 버스를 덮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장비를 투입하기 위해 쌓아둔 토사 또한 건물 붕괴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붕괴사고 당시 현장에 감리 또한 없었다.
이날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권순호 대표이사는 광주시를 찾아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피해 회복과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 전사적 대책을 수립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권순호 대표 역시 사고 현장에 방문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 부상 치료를 받는 분들께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광주경찰청 합동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하고, 광주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해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깊이 사죄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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