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 이끄는 국내 기업들…협의체부터 합작사까지 '일사천리'
[기업이 이끄는 수소경제 ①]
10대 대기업 중 8개 수소 사업 진출…현대차·SK·포스코·효성 협의체 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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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올해 향후 10년간 총 43조3000억원 규모 수소분야 투자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4조3300억원 규모 자금이 수소산업에 투자되는 것으로 올해 정부가 수소산업에 투자한 1257억원의 34배를 훌쩍 넘어선다. SK와 현대차, 포스코, 한화, 효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총 42조10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2019년 1월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후 정부와 보조를 맞춰 온 중소·중견기업들도 부품과 관련 약 1조원 투자 계획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2050년 전 세계 수소시장 규모 1657조원 전망
수소경제의 성장 가능성에 따라 정부 주도의 수소산업 육성이 기업 주도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수소는 무한한 에너지이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 청정 에너지로 주목받는 동시에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나 수용성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에 놓여왔다. 실제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副生)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수소로 이뤄져 온실가스 배출 제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천연가스로 터빈을 돌려 바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수소보다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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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의 수소시장 개척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수소 관련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던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수소 관련 생산 능력을 보유한 SK그룹, 포스코그룹 등을 중심으로 합종연횡까지 나타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중 삼성과 LG를 제외한 8개 대기업이 이미 수소 관련 사업을 하고 있거나 관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최근 수소 생산에서 시작해 운송→연료전지→모빌리티 등으로 이어지는 수소산업 전반을 포괄하기 위한 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협력모델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첫 대외 행보로 정부 기구인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을 택할 정도로 수소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아왔다. ‘수소차는 현대차만 고집하는 친환경차’라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비아냥 속에서 현대차가 꾸준히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등 수소차 기술 개발을 추진한 뒤에도 정 회장이 있었다. 그는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를) 친환경 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노력은 수소기업 연합체 출범으로 이어졌다.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6월 10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논의, 올해 9월 중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확정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역할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수소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현준 회장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가치사슬 구축에 효성그룹이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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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기, 기업 간 수소 합종연횡 더 빨라진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수소산업 진출 및 투자, 기업 간 합종연횡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8년 수소사회 실현 전략을 세운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수소시장을 선점한 국가나 기업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유럽은 지난해 7월에야 수소경제 전략을 세웠다. 그만큼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세계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장은 “이제 막 수소 초기 시장이 열리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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