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로 대출장벽 만들었지만…영끌족은 2금융권으로 이동한다
은행권 다음 달부터 차주별 DSR 40% 적용
1분기부터 업계의 풍선효과 심각한 상황
대출 막힌 영끌족, 2금융권서 추가 대출 받을 가능성↑
앞으로 금융권의 영끌(영혼 끌어모으기) 대출이 2금융권에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시행하지만, 2금융권은 대출 규제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미 1분기부터 2금융권의 대출 풍선효과는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월부터 은행 개인별 DSR 40% 시행…4억원 이상 대출 불가능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 달 1일부터 은행권의 개인별 DSR 40% 규제를 시행한다. DSR은 연간 총부채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포함한다. 당국은 지금까지 지점 단위로 이 제도를 적용했지만, 앞으론 개인에게 적용해 상환능력 위주로 대출 심사를 꼼꼼하게 본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 다음 달 1일부터 전 규제지역에서 시세 6억원을 초과한 주택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차주별 DSR을 적용받아야 한다. 지금까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신규 주담대를 받거나, 연소득 8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가 받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이 넘을 때만 적용 받았다.
차주별 DSR 40%가 시행되면 서울 내 아파트는 대부분 이 규제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6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4283만원으로 1년 전보다 2억원 넘게 올랐다.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값은 7억1184만원을 기록했다.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 2023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일 때는 개인별 DSR 규제가 적용되면서 갈수록 대출 규제는 심해질 예정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무주택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우대 혜택도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소득 기준을 부부합산 8000만원 이하에서 9000만원 이하(생애 최초 구입자는 9000만원 이하→1억 원 이하)로 올리기로 했다. 가격 기준은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과도한 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주담대 최대한도는 4억원을 넘길 수가 없다.
1분기부터 2금융권 대출 증가세 가팔라
은행권의 차주별 DSR 40% 규제는 내달 1일부터 시작하지만 보험사, 저축은행에선 여전히 다른 기준으로 DSR 규제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이런 이유로 대출 풍선효과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규제에선 은행의 대출 한도가 줄지만 같은 조건으로 2금융권에선 대출을 더 받을 수 있어 영끌 대출이 필요한 고객들이 보험사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보험사 등 2금융권에선 올해까지 DSR 60%를 적용한다. 단계적으로 2022년까지 40%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에서 DSR 40%까지 대출을 받은 뒤 2금융권에 가서 추가로 DSR 60%까지 대출을 받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금융업계의 대출 풍선효과는 1분기부터 심해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3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액은 20조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22조원)보다 2조원 줄었다. 반면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분기에만 8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1조8000억원 줄어든 바 있어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업계에선 대출 풍선효과가 가계대출 부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3월 말 기준 0.34%로 국내은행(0.28%)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3.3%를 기록했다. 금융권의 5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무려 78%에 달해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안정적으로 연체율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출 연체율 관리에 더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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