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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발 탈내연기관 가속, 현대차·기아 국내 완성차업체 ‘비상’

‘핏 포 55’ 통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볼보·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탈내연차 선언

자동차 지붕(루프)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을 하는 '솔라 시스템' 장착 전기차.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탈(脫)내연기관 전략을 새로 써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유럽연합(EU)이 2035년 신규 판매 차량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100% 감축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EU는 전 세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의 20%(영국 포함)를 차지하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분류된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EU는 14일(현지시간) ‘핏 포 55(Fit for 55)’를 통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했다. 핏 포 55는 EU가 기후기본법 제정 후 16일 만에 꺼낸 세부 이행 법안이다. 지난 6월 28일 EU는 203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55% 감축(1990년 대비)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기후기본법을 승인했다.
 

내연기관 판매 중단 유보했던 현대차·기아

핏 포 55에는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신규 차량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1년 대비 60% 감축하고, 2035년 100% 감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60% 감축을 위해선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이 70%를 넘어야 한다”면서 “2035년 100%는 가솔린은 물론 하이브리드차까지 팔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위기에 몰렸다. 연구개발을 포함한 신차 판매 주기가 약 7년 정도 점을 고려하면 당장 내놓는 신차 외 추가 개발은 매몰비용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령 쌍용자동차가 2022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J100)의 경우 1세대 모델 출시 후 2세대 모델 개발 출시가 무의미해진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시장은 현대차와 기아 모두 연 평균 50만대가 넘게 차량이 팔리는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판매 감소 속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45만4000대, 43만2000대를 영국을 포함한 유럽시장에 판매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비해 전기차 전환에 비교적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2025 전략’에서 2040년부터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 신차 판매를 전동화(하이브리드 포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40년 하이브리드차까지 생산 중단하겠다고 한 일본 도요타보다도 늦은 일정이다.
 
기아는 더 늦다. 기아는 올해 1월 중장기 사업 전략 ‘플랜S’에 2027년까지 7개의 새로운 전용 전기차 라인업 구축을 밝힌 데 그쳤다. 반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EU 발표 전 이미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볼보는 2030년 전기차만 판매키로 했고, 포드는 2035년 유럽 내 전기차만 판매 계획을 밝혔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글로벌 본사 전략에 따라 전기차 대응에 나섰다. 한국GM의 본사인 미국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EU 규제에 발맞춰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중단을 선언했다. 2019년 5월 프랑스 의회의 2040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중단 입법에 따라 2040년 중단을 계획한 르노는, 핏 포 55에 맞춰 전환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중단 및 전동화 전환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의 빠른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의 총 판매량은 8만3465대로 전년대비 146% 늘었다. 기아는 87%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전문가 “전동화 전환 전략 조정될 것” 전망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전동화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면서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우선 제외하고 현대차와 기아는 전동화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르게 전환할 경우 국내 전기차 및 수소차 가치사슬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도 탈내연기관 추진을 만지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작년 11월 2035년 또는 2040년부터 국내 판매되는 대부분의 신차를 무공해차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만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방침은 나오지 않았지만, 검토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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