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주도 주택공급 난항 중” 분석…국토부는 반쪽짜리 해명
건산연 “‘공공’ 거부감에 사업추진 어려움…본격화하면 상당한 진통 예상”
국토부,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만 반박…공공재건축·재개발은 언급 없어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 20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에 ‘흔들리고 있는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이라는 제목의 정책 분석을 실었다.
건산연은 정부가 2018년 9·21 대책(3기 신도시 포함 서울 외곽 공공택지 개발), 2020년 5·6 대책(공공재개발), 8·4 대책(공공재건축), 2021년 2·4대책(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등 연쇄적으로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을 발표했지만 최근 ‘공공’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시행으로 인한 자율성 침해와 ‘공공’ 임대주택 증가로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최대어’ 흑석2구역에선 공공재개발 반대 움직임
실제로 ‘최대어’로 불리는 흑석2구역은 상가 소유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역해제를 주장하며 서울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 12일에는 ‘흑석2구역 공공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사유재산권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며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대다수 지주의 재산권 침탈을 획책하며 졸속 추진되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건산연은 5만호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공공재건축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봤다. 공공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 등 공공이 시행자로 참여하는 대신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받는 사업이다. 대신 늘어난 가구 수의 50~70%를 공공분양이나 공공임대 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건산연은 대단지가 빠지고 5개 중·소규모 단지만 선도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규모가 가장 큰 관악 미성건영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공급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재건축 선도사업지는 서울 영등포 신길 13지구와 중랑 망우 1지구, 관악구 미성 건영아파트, 광진 중곡아파트, 용산 강변강서 등 5곳이지만 관악 미성건영 재건축조합은 최근 공공재건축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공재건축 선도사업지 중 최초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다.
“공공 시행 정비사업, 민간보다 우위라 말하기 힘들어”
2·4 대책에 담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사업지 전국 52곳 가운데 27곳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2·4 대책 발표 이후 5차례에 걸쳐 총 52곳을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10% 이상 동의율을 확보해 예정지구 지정 요건을 갖춘 곳은 21곳, 3분의 2 이상 동의율을 확보해 본 지구 지정요건을 충족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건산연은 앞으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면 여러 후보지에서 사업수단, 2·4 대책에서 보장하기로 한 초과수익의 산정 방식 및 액수, 단지 고급화 정도 및 비용분담 주체, 세입자 대책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공공 시행 정비사업이 민간 시행보다 사업속도나 품질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고,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민간 시행 방식으로 잘 안되는 사업을 공공이 개입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의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수익 극대화를 원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토지주들의 이기심을 죄악시하지 말고, 적절한 선에서 이를 활용하는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라면서 공공재개발·재건축 언급 안 해
국토부는 후보지 선정이 3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5차에 걸쳐 이뤄졌는데, 후보지 발표 2주 만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10% 이상 주민동의서를 취합해 제출하고 있으며, 40여일 만에 본 지구지정 요건인 3분의 2 이상 주민 동의를 확보하는 구역이 나타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주민동의가 필요한 조합설립까지 평균적으로 정비예정지구 고시부터 약 5.4년, 정비구역 지정부터 약 2.2년이 소요되는 기존 재개발사업을 고려하면 전례 없이 빠르게 주민 동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아직 주민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구역이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도 밝혔다. 최근에 발표한 후보지는 짧은 동의 확보 기간 때문에 동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앞서 발표한 후보지의 동의 추이를 고려할 때 대부분 사업지의 주민동의는 원활하게 진행될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최근 법 개정 등 사업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주민 동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토부의 해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건산연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은 물론 도심 내 유휴 공공택지 개발사업 등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의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지적했지만, 국토부는 반박 사례로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고 공공재건축 포기 사례가 나오는 상황에서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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