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값 버블 진단] 전문가·AI 과열 주의보…‘부산·대구 거품’
부동산 전문가 아기곰 “부산·울산 고평가… 서울은 허용범위”
빅데이터 ‘리치고’ “서울·부산·대전 1~3년 후 내리막”
대중이 탐욕에 빠져있을 때 버블은 꺼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눈물’을 떠올려보자. ‘강남’도 칼바람을 피해가진 못했다. 강남구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101.52㎡는 2006년 11월 11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2008년 12월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자 2년 만에 7억1000만원까지 급락했다.
강남 신축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6년 6월 입주한 도곡 렉슬 전용 134.9㎡는 2006년 9월 22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더니, 2009년에는 13억원에 거래되며 거의 반토막이 났다.
흔히 “집은 사는(買) 것이 아니라 사는(住) 곳이다”라고 얘기한다. 실수요가 아닌 투기 수요를 견제하는 말이다. 그러나 실수요자라도 반토막 수준의 하락을 감내하면서 주택을 구입하기는 어렵다.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의 저자인 데이터노우즈의 김기원 대표는 “최소한 저평가일 때 팔지는 말아야하고 고평가일 때 사지는 말아야 한다”며 “국민 대부분에게 주택이 큰 자산인데,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흐름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현재 주택시장에는 거품이 얼마나 끼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 대해 얘기하지만, 현재 부동산시장이 얼마나 과열된 것인지 본질을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아기곰, 지독한 ‘양극화’ 주시해야… “용산·강동·영등포·노원 과열”
지난 6월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7억1184만원을 찍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 가격이다. 지난해 10월(6억455만원) 6억원을 넘어선 뒤 불과 8개월 만에 1억원 넘게 상승했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4283만원이다. 지난해 6월(9억2509만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2억원 넘게 올랐다.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하다.
그러나 아기곰은 “서울 아파트의 버블 수준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경기·인천 지역은 심지어 ‘저평가 구간’이라는 분석이다. 어떤 이유일까.
아기곰이 집값 버블판단에 사용하는 지표는 매매가 상승률과 전세가 상승률을 동시에 고려한 일명 ‘버블지수’ 공식이다. 통상 전세 가격은 실제 거주 가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전국 전세 가격 상승률 대비 해당 지역(아파트)의 전세 가격 상승률을 확인하고, 매매 가격 상승률 역시 전국 평균과 비교해보면 ‘버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전세 가격 상승률은 평균 대비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인데, 매매 가격 상승률만 치솟고 있다면 거품 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아기곰의 버블지수’ 공식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서울 지역의 버블지수는 5.2%다. 서울은 2003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매매가 상승률이 136.99%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매매가 상승률은 102.42%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국 아파트가격보다 더 상승했다는 것이다. 전세가 상승률도 유사한 양상이다. 전국 전세가 상승률은 109.82%인데, 서울 상승률은 139.19%다. 아기곰은 “매매가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더라도 전셋값 상승률이 높으면 버블로 보기는 어렵다. 서울의 높은 매매가와 전세가는 서울의 주택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이라도 각 구별로 상황은 상이하다. 서울의 강동구(32.18%), 용산구(28.09%), 노원구(26.67%), 영등포구(24.98%)는 심각한 버블 상태로 볼 수 있다. 특히 노원구는 2020년 1월에는 버블지수 8.69%로 ‘허용범위’ 내에 있었는데, 1년여 사이 버블이 급속히 쌓여가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강북구(-42.98%), 성북구(-31.51%), 광진구(-20.83%) 등은 저평가지역이다. 아기곰은 “현재 버블지수 수치로 어디가 어디보다 우세하다고 비교하는 것보다는 버블이 쌓이고 있는지, 해소되는 국면인지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별로 버블지수를 살펴보면, 전국 17개 시도에서는 부산(25.39%)과 세종(20.44%), 대구(19.69%) 지역의 버블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충북(-26.9%), 경기(-21.38%), 전남(-13.13%), 인천(-10.36%), 충북(-8.77%), 강원(-8.25%), 전북(-5.71%), 경남(-0.19%), 경북(-0.81%) 등 9개 지역은 저평가 상태로 분석됐다.
아기곰은 최근 집값 상승의 주된 불쏘시개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본다. 주목할 점은 전세계적인 돈의 가치 하락으로 인해 미국 집값이 한국보다 더 크게 올랐지만, 넓은 땅을 가진 미국의 지역별 상승률 차이는 거의 없었다(지난 4년간 최고와 최저 지역의 상승률 차이는 2.7%포인트)는 사실이다. 반면 한국은 전국은 물론 수도권 내에서도 상승률 차이가 대단히 크다. 어느 지역을 선택했냐에 따라 미래의 자산가치가 어마하게 벌어진다는 의미다. ‘지독한 양극화’라 할 수 있다. 주택 선택에 있어 국내 투자자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아기곰은 “집을 사려면 저평가된 곳 중 호재가 있는 위주로 선별해서 신중하게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리치고, 전국 거품 상승… 경북·경남·충북·충남·전북·강원 투자점수 50점↑
‘리치고’는 전세가율, 저평가 인덱스(전세 대비, 소득 대비 , 물가 대비), 미분양, 입주물량, 주택구매력지수 등의 지표를 통해 지역별 종합점수 및 미래가격을 보여준다. 김기원 대표는 “종합투자점수와 랭킹 50% 이하는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2021년 7월 현재 서울의 종합투자점수는 41%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을 용광로처럼 달구는 부동산 상승의 주된 요인은 공급 물량 감소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게 부동산 시장의 격언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상식을 뒤집는다. 수도권의 20년간 평균 입주물량은 14만3160호 수준이다. 그런데 수도권 집값이 바닥이던 2011년~2013년 수도권 입주물량은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10만~12만 가구 정도였다. 반면 연 20만가구가 넘어 ‘물량 폭탄’으로 일컬어지던 2018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김 대표는 “입주 물량이 곧 부동산 가격은 아니다. 현재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부동산의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현재 기업·가계의 부채가 역사상 최고치로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빅데이터 리치고에 의하면 현재 서울과 수도권만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 가장 고평가된 지역은 종합투자점수가 낮은 세종(39%)과 대구·부산·제주(40%) 지역이다. 이어 서울·대전, 인천, 경기, 전남·울산·광주 순으로 거품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이들 지역은 미래가격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리치고의 미래가격 중장기 전망(1~3년 전후)에 따르면, 하락 예상지역은 서울 외에도 부산, 대구, 대전, 인천, 제주 등이다. 반면 시도별 미래 가격 전망에서는 전국적으로 상승 예상 지역은 없다.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수준의 보합, 아니면 하락 예상이다.
종합투자점수로 살펴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거품이 덜 낀 곳은 경북이다. 경남·충북·충남·전북·강원도 지역은 저평가 구간에 있다.특히 세부적인 지역(시군구 단위)으로 면밀히 살펴보면,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저평가 지역을 상당수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경남의 거제, 창원은 투자종합순위 1위(78%)로 향후 성장 전망이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원 대표는 “수도권 거주자라면, 자산가치의 관점에서 부동산도 투자와 거주를 분리해볼 필요가 있다”며 “투자는 저평가된 지역 중심으로 접근하고, 고평가된 수도권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의 예측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바닥을 찍고 상승한 지 얼마 안된 2014년 3월의 종합투자점수 랭킹을 보면 서울과 경기가 전국에서 가장 점수가 좋은 1, 2위였다. 즉 2014년 3월에는 경기와 서울의 아파트에 투자하기에 가장 좋았다는 뜻이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1월의 빅데이터를 보면, 시도별 투자 점수와 랭킹 1위는 제주도였다. 이때 점수와 랭킹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과 경기였다. 실제 서울과 경기는 2008년 초중반 즈음 고점을 찍은 뒤 큰 조정을 거쳤다.
김 대표는 “리치고의 인공지능(AI)의 현재 적중률은 70%를 웃돈다”며 “아파트 매수를 고민한다면 미래가격과 투자점수 모두 우수한 지역 및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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