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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퀵커머스① ] 로켓배송도 한물 갔다…주문 15분 만에 ‘딩동’

너도 나도 ‘퀵커머스’…불붙은 속도 전쟁
쿠팡이츠 마트·현대백화점 참전…판 커진다

 
 
30분 이내 배달을 내건 쿠팡의 ‘쿠팡이츠’. [사진 쿠팡]
 
# “전구 없어? 배달 앱 켜야지”. 지난 16일 MBC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는 급하게 전구가 필요하자 자연스럽게 배달 앱을 켰다.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 가는 대신 앱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면 30분 만에 집 앞으로 배송되는 ‘퀵커머스(Quick Commerce‧즉시배송)를 이용한 것. 전현무가 전구와 다른 제품을 골라 최소 주문 금액인 만원을 채워 주문하자 30분 만에 문 앞으로 배송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당일 배송, 새벽 배송도 늦다. 유통업계에 ‘분 단위’의 퀵커머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와 맞물려 급증하는 배달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가 개척한 시장에 이커머스 강자 쿠팡과 기존 유통공룡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퀵서비스처럼 짧게는 10분 안팎에서 길어도 1시간 이내에 생필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열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15분’ 쿠팡 vs ‘7000개 품목’ B마트  

관련 업체들은 퀵커머스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서로 협업하거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 시장 강자는 배달 플랫폼이다. 최근 쿠팡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GS리테일 등 주요 유통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관련 사업을 확장 중이다.  
 
B마트 이미지. [중앙포토]
 
배달의민족이 B마트를 통해 처음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2019년.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 1시간 이내로 생필품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시초다. 처음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장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B마트 매출은 약 1450억원, 주문 건수는 1000만 건에 달한다. 현재 B마트는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요기요 역시 지난해 9월부터 같은 서비스인 ‘요마트’를 시작했다.
 
로켓배송으로 국내에 당일배송 시장을 개척한 쿠팡은 7월 초부터 아예 10~15분 배송이 원칙인 ‘쿠팡이츠 마트’를 내놨다. 강점은 로켓보다 빠른 배송이다. 비결은 MFC(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에 계약직 직고용 라이더인 ‘이츠 친구’를 상주시키는 데 있다. 마트 전용 라이더가 MFC에서 물건을 받아 주문 즉시 단건 배달로 고객의 집 앞까지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지난달 일본 도쿄 일부 지역에서 시작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퀵배송 서비스와 유사하다.  
 
쿠팡이츠 마트는 현재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만 테스트 형식으로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테스트 작업이 안정화를 찾아가면 송파를 시작으로 강남권에서 서울 전역, 수도권으로 점차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 마트’와 ‘B마트’를 비교하면 속도에선 쿠팡이츠 마트가 앞서고, 제품 수는 B마트가 우월하다. 쿠팡이츠 마트는 최소 금액이 따로 없는 대신 배달비 2000원이 붙고, B마트는 최소 주문 금액 1만원을 채워야 한다. B마트는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이용 가능하고 취급 품목이 7000여개에 달해 선택 폭이 넓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실 퀵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로 편의점업계까지 동참했으나 시장 성장세가 더딘 편이었는데, 이번 쿠팡의 가세가 본격 경쟁의 신호탄이 된 셈”이라면서 “쿠팡은 속도가 가장 빠른데다 최소 주문금액도 없어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분주한 유통 공룡들…질세라 SSM 활용  

이에 질세라 전통 유통 공룡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롯데와 이마트 등은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며 ‘퀵커머스’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SSM은 대형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도심 주거지와 근접해 있어 빠른 배송이 원활하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자사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거점으로 퀵커머스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역시 1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해 신선식품을 10~30분 내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백화점이 즉시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으로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이동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활용한다. 현대백화점은 이번주부터 압구정 본점 반경 3㎞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이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 SSG닷컴도 당일 배송을 확대한다. 우선 이마트 성수점 PP센터(온라인 주문처리 공간)의 쓱배송 주문 마감 시간을 오후 1시에서 오후 7시까지 늘린다. 오는 10월까지 수도권·지방 광역시 20개 매장 PP센터의 주문 마감 시간을 늘릴 방침이다.  
 

약 600조원 시장으로 부상…과열 경쟁 부작용 우려도  

기업들이 너도나도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필품에 대한 ‘즉시배송’ 수요가 늘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 되면서 생필품 배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퀵커머스 시장 규모도 2030년까지 약 6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퀵커머스는 국내 커머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판단되는데 특히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이에 대한 대응을 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중장기적 성장성이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배달 이미지. [중앙포토]
 
실제 퀵커머스 경쟁력은 기업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 즉시배송 ‘오늘드림 빠름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전체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빠른 배송의 평균 배송시간은 올해 상반기 45분까지 단축됐다. GS수퍼마켓은 1시간 배송을 더 앞당긴 ‘49분 번개배달’ 서비스를 선보인 뒤 주문이 4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열된 경쟁으로 배달기사가 부족해지고 향후 배달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비스 품질 하락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퀵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커머스나 대형 유통점은 배송을 자사 물류센터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상권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중소마트는 더더욱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동네상권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 역시 편리하고 빠른 시스템을 보장 받아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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