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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50만원 번다"…택시기사들, 승객 줄자 잠정휴업까지

거리두기 4단계 되자 수입 반토막…홍대·강남 일대 저녁에도 승객 없어
월급제 전환에도 사납금제 여전…지난해 운전대 놓은 기사만 1만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적 모임이 줄어 승객도 감소했다. 사진은 서울역 인근 도로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 [연합뉴스]
 
"손님이요? 저녁에 사람이 없어요. 한 달에 150만원 겨우 법니다. 최저시급도 한참 밑도는데 택시 일을 그만둬야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택시기사 월급도 반토막이 났다.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높이면서 저녁 승객이 사라진 영향이 컸다. 하루 벌이가 2만~3만원인 날도 많다 보니 아예 '잠정휴업'한 기사도 늘었다.
 
서울에서 법인택시 기사로 3년째 일하고 있는 김모씨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번 달이 택시기사가 된 이후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줄자 수입도 따라 내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후 6시가 지나면 홍대고 강남이고 거리에 사람이 없다"며 "하루 2~3만원을 벌고 교대하는 날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이번 달 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방역수칙을 발표한 지난 9일 방역당국이 "오후 6시 이후 택시 탑승은 2명으로 제한된다"며 택시를 직접 언급해서다. 4단계에서는 오후 6시 이후 원칙적으로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일각에서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12일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목적으로 택시에 탑승하면 위반"이라고 정정했다.
 
앞서 택시기사들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할 때마다 수입에 타격을 입어왔다. 지난해 1~3차 감염병 확산기에는 법인택시 매출이 10~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이 서울시내 법인택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법인택시 1대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었던 3월 1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9월 14만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3%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매출은 13만5000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4.9%나 줄었다.
 

사납금 부담돼 '잠정휴업'…수입 줄어도 하루 14만원 내야

사납금이 부담돼 '잠정휴업'에 돌입한 택시기사도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택시 운행 수입이 줄어들자 사비로 사납금을 채워 넣으면서까지 운전대를 잡게 됐기 때문이다. 사납금은 법인택시 기사가 매달 회사에 내야 하는 고정금액으로 하루 14만원 수준이다. 이보다 낮은 매출을 낸 날에는 기사가 개인 지갑을 열어야 한다.
 
법인택시 기사로 2년째 일하고 있는 오모씨는 "하루에 10만원도 못 버는 날이 늘어도 사납금은 내야 한다"며 "하루 12시간을 일하는데 내 돈까지 낼 바에야 8월까지 쉬겠다는 동료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저녁 근무는 야간할증이 (수입이) 큰데 저녁이면 식당이 다 문을 닫으니 할당량을 못 채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사납금제가 지난해부터 전액관리제(월급제)로 바뀌면서 불법이 됐다는 점이다. 사납급제를 폐지하고 택시기사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9년 8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과 택시운송사업법 개정안이 공포됐지만 일부 업체들은 아직 사납금과 비슷한 형태로 임금을 줄이고 있다. 기본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을 낮추는 식이다.
 
수도권 외 택시기사의 영업환경은 더 열악하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택시월급제가 시행된 지 2년이 가까워져 오지만 수도권 외 택시기사는 한 달 90만~150만원을 받고 있다"며 "택시사업주가 간주근로시간(사업주와 근로자가 정한 근로시간)을 하루 3~5시간으로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택시업계는 통상 노조와 사업자가 간주근로시간을 협상해 월급을 정하는데, 사업자가 이 근로시간을 주 20시간으로 낮춘 것이다.
 
 
이 때문에 운전대를 놓는 택시기사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택시기사 수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2019년 10만명을 넘어선 택시기사 수가 올해 5월 8만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택시업(業)을 그만둔 기사만 1만명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일반택시 기사의 수는 8만666명으로 지난해 5월 대비 10.9%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9년 5월과 비교하면 22.3% 줄어든 수치다.
 
이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법인택시를 비롯해 마을·시외·고속버스, 전세버스 기사에게 1376억원을 민생 지원 자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개인택시 기사는 매출 10~20% 감소 업종에 해당돼 소상공인 피해지원금(희망회복자금) 50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가 택시기사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택시기사에게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4차 재난지원금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반택시기사 8만명에게 56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선모은 인턴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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