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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청년몰②] 멍석은 깔았는데 사후지원·상품개발 부족

유입 정책 성공했으나 조기 정착 등 사후지원 미흡
지자체 관심 정도에 따라 청년몰 성공 여부 갈리기도
소진공 “데스밸리 극복 방안 찾는 중”
청년상인·지자체 간 끈끈한 협력이 청년몰 부활의 열쇠

 
 
7월 27일 찾은 경동시장 서울훼미리에는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김채영 인턴기자]
 
“올해 (정부의) 임대료 지원이 끝나면 더 이상 에어컨도 못 틀 것 같아요.”  
2019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서울훼미리 청년몰 안에서 장사를 시작한 이민영(38·가명)씨는 폭염 속에서 한숨만 내쉬었다.  
 
정부의 청년몰 사업을 통해 서울훼미리 청년몰에 입점한 상인들이 내는 임대료는 3.3㎡(1평)당 3만원 정도다. 주변 상가나 다른 점포의 시세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청년 상인들에게는 이마저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손님들 발길도 줄고 있는 상황에 코로나 사태와 폭염까지 겹치자 고정비용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에어컨 켜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진다.  
 

처음엔 ‘묻지마 지원’, 나중엔 사후관리 ‘묻지도 마’

창업 성공의 꿈으로 부풀었던 청년 상인들이 하나 둘 청년몰을 떠나고 있다. 청년들은 왜 더 버티지 못하고 휴·폐업을 택한 것일까. 그들은 미흡한 사후관리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지원 범위가 초기 임대료와 매장을 제공해주는 것에 그쳐 지원기간이 끝나면 사업을 유지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초기 유입을 위한 당근만 줄뿐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울타리는 없는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따르면 청년몰 입점 후 1년까지만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한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청년몰 관리를 맡게 된다. 이때부턴 지자체가 청년몰 유지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느냐에 따라 폐업 여부가 갈리기도 한다.  
 
지난 7월 임대료 지원이 종료된 서울훼미리에서는 전체 청년몰 점포 20곳 중 남기를 희망한 점포가 7곳에 불과했다. 이씨는 “휴·폐업을 결정한 상점 중 잘 돼서 청년몰 밖으로 점포를 확장해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지자체가 청년몰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라 스스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점표는 이화52번가 청년몰 지도에 운영 중인 것처럼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공실이었다. [임수빈 인턴기자]
 
특히 약속된 인큐베이팅 지원이 끝난 뒤엔 지자체가 그동안 맡아 했던 업무까지 청년몰 상인들이 떠안게 돼 ‘삼중고’를 토로한다. 이씨는 “정부 지원이 끝나면 청년 상인들은 스스로 홀로서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손님 유치와 판매 홍보 등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한다”며 “지자체가 그동안 맡아서 처리해주던 청년몰 마케팅 활동과 새로운 청년상인 모집 등을 남아있는 청년상인들이 직접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청년 상인들은 현장에서 홍보 마케팅이 제대로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휴·폐업하는 점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도 입을 모은다. 지난달 27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청년몰 ‘이화 52번가’에는 청년몰임을 알려주는 별도의 안내판을 찾기 어려웠다. 청년몰 입점 점포명과 위치를 나타낸 지도마저도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이화 52번가 청년몰이 상권 침체와 지자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점포 생존을 위해 홍보·마케팅이 시급해 보였다.  
 
 

중기부 “청년상인들 창업 성공까지 보장해 줄 순 없어”

이 청년몰 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고 있다. 소진공에 따르면, 서울훼미리 조성에 국비 7억5000만원, 지방비 6억원, 자부담 1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국민 세금을 투입한 이상 청년몰 관리 책임에서 정부도, 지자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소진공과 함께 청년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청년 상인들의 창업 성공까지 우리가 보장해 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설명에 따르면 소진공과 중기부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청년 창업을 유도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기 위해 청년몰 입점 후 1년까지는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하고 창업교육과 홍보·마케팅을 도와준다. 지자체는 창업 경험이 부족하거나 점포 운영이 서투른 청년 창업가들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고 전통시장과 어우러지는데 초점을 두고 지원한다. 그 이후의 점포 성패 여부는 입점한 청년 상인에게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약속된 지원 기간이 끝난 뒤에도 사후관리의 책임을 갖고 임대료의 일부를 계속 지원해주는 지자체도 있었다. 서울훼미리 청년몰 운영을 관할하고 있는 동대문구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훼미리 지원 기간이 끝났지만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임대료의 절반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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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훼미리에 입점한 청년상인들은 2019년부터 한 달에 60만원씩 임대료 지원을 받아왔다. 입점 점포들은 약 10여평 크기로 1평당 6만원을 지원받았다. 지금은 그 절반인 1평당 3만원의 임대료를 매달 지원받고 있다. 동대문구는 이와 함께 청년몰 홍보활동 지원 계획도 새로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8월 1일 기준으로 서울훼미리에 공실이 8곳이다”며 “빈 공간에 들어올 청년 상인들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활동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진공도 지금 당장 해법은 없지만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진공 관계자는 “청년 상인들이 온라인 택배 판매 등 나름의 방식으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소진공도 이에 발맞춰 자구책 등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 상인들이 계약기간 동안 맞닥뜨리게 되는 데스밸리(초기 창업에 성공했더라도 사업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넘어야 할 여러 어려움)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끝난 뒤에도 임대료 부담, 기존 상인들과의 이해관계, 자생 능력 육성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해법을 강구하겠다는 설명이다.  
 
안산시 신안코아전통시장 내 위치한 청년몰 점포 20개 중 휴·폐업한 점포가 단 한 곳도 없다. [사진 안산시 홈페이지]
 

“우수한 생존력 발휘한 타 청년몰 노하우 공유 필요”

청년몰이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지역과 상생하면서 손님을 불러모으는 곳도 적지 않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영업률이 80% 이상인 청년몰은 39곳 중 21곳이다.  
 
일례로 안산 청년몰 ‘톡’이 있다. 경기 안산시 신안코아전통시장 내 위치한 청년몰 점포 20개 중 휴·폐업한 점포가 단 한 곳도 없다. 강원도 삼척시 삼척중앙시장 내 ‘청춘海’, 강원도 정선군 사북시장 내 ‘별애별청년몰’, 울산 남구 신정평화시장 내 ‘키즈와맘’ 등도 영업률 100%를 자랑한다.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청년 상인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민영씨는 “요즘은 밀키트(요리에 필요한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 구성도 새로 개발해 판매하고, 온라인 몰 운영과 배달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다”며 “처음엔 막막했는데 청년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여러 판로를 개척해나가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미봉책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결국 청년몰이 자생하기 위해선 청년몰만의 콘텐트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급자가 청년이라는 이유가 청년몰을 찾는 요인이 않는다”며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도록 청년몰과 이곳에 소속된 각각의 점포들이 특색을 가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임수빈 인턴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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