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탄소중립 시나리오 진단②] 외면받는 첫 탄소중립 계획…경제계 “현실성 없다” 지적

3가지 탄소중립 계획 모두 미래기술 가정
환경단체 “위장환경주의” 피판

 
 
[중앙포토]
정부 탄소중립위원회가 낸 우리나라 첫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 계획이 모두로부터 외면 받았다. 에너지 전환 부문 시행 주체인 경제계는 “현실성 부족”을 꼬집었고, 환경단체는 “탄소중립 ‘포기’ 시나리오와 다름없다”는 지적을 내놨다. 1·2·3안으로 구성한 3가지 탄소중립 계획 시나리오가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기술 활용과 같은 미래기술에 기대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핵심인 석탄화력 중단, 내연기관차 퇴출 등에 대한 명시는 아예 제외됐다.
 
당장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경련은 5일 유환익 기업정책실장 명의의 논평에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우리 정부가 동참하고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등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산업 부문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중립위원회가 감축 수단으로 제시한 탄소감축 기술이나 연료 전환 등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서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위원회 CCUS 상용화, 에너지효율화 가정

실제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날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205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540만t(1안 기준, 2안 1870만t·3안 0)으로 잡고, 석탄화력발전을 유지하는 대신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기술을 활용해 9500만t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탄소중립위원회는 1·2·3안 모두에 철강업·석유화학·정유업의 연료 전환,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업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에너지효율화를 가정,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5310만t으로 제한했다.
 
전경련은 “산업 부문은 탄소중립위원회의 기술 발전 및 전환 가정에 따라 205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약 80%를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면서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연료 전환 요구를 받는 대한석유협회는 “연료전환과 CCUS 등 미래기술 개발과 상용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불확실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사회적 변화 예상. [자료 2050 탄소중립위원회, 환경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이날 논평을 내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경총에 따르면 탄소중립위원회는 철강업 고로 전부를 전기로로 전환하고, 석유화학 ·정유업은 전기 가열로를 도입하거나 바이오매스 보일러로 교체하며, 전력 다소비 업종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이미 전제해 둔 것으로 드러났다. 경총은 “시나리오의 감축 수단 중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친환경 연료 및 원료 전환 등이 2050년 내 상용화될 수 있을지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단체에선 탄소중립을 내걸고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가 사실상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온실가스 최다 배출원인 에너지 부문에서의 석탄화력발전, 액화천연가스발전 등 화석연료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서지 못하면서 3개 안 중 2개 안은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1안은 석탄화력발전 유지를 2안은 석탄화력발전 대신 액화천연가스발전 유지를 담고 있다.
 

“시나리오에 포함됐어야 할 2030년 NDC는 제외”

석탄발전과 LNG 발전 모두 중단하는 계획을 담은 3안 만이 순배출량 0인 탄소중립 계획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선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 및 휘발유·경유 차량 퇴출 시점을 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2030년 온실가스감축계획(NDC) 등은 언급조차 없고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하려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탄소중립위원회는 3개안을 토대로 산업계·노동계 등 이해당사자와 전국 15살 이상 일반시민들, 각 부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탄중위 의결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최종안을 10월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7일 일반시민 500여명으로 구성돼 출범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는 이달 중 온라인을 통한 학습과 숙의 과정을 거친 뒤 다음달 11~12일 국민대토론회를 거친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세 가지 안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택배 기사님 “아파트 들어오려면 1년에 5만원 내세요”

2“응애” 소리 늘까…4월 출생아 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3책 사이에 숨긴 화려한 우표…알고 보니 ‘신종 마약’

4경북도, K-국방용 반도체 국산화 위해 전주기 지원체계 구축

5영천시, 베트남 대형 유통업체 K-MARKET과 "농특산물 수출 확대" 협약 맺어

6대구시, 경기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피해 복구 지원에 1억원 지원

7소방당국, 아리셀에 ‘화재 경고’…‘예방컨설팅’까지 했다

8최태원 동거인 첫 언론 인터뷰 “언젠가 궁금한 모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9갤럭시, 접고 끼고 AI 장착…‘언팩 초대장’ 보낸 삼성전자, 링·폴드·플립 공개

실시간 뉴스

1택배 기사님 “아파트 들어오려면 1년에 5만원 내세요”

2“응애” 소리 늘까…4월 출생아 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3책 사이에 숨긴 화려한 우표…알고 보니 ‘신종 마약’

4경북도, K-국방용 반도체 국산화 위해 전주기 지원체계 구축

5영천시, 베트남 대형 유통업체 K-MARKET과 "농특산물 수출 확대" 협약 맺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