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선데이 스테이지] 뮤지컬 '광화문연가'…사랑은 착각, 인생은 현실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죽음’이 결코 남 얘기가 아닌 사람들에게 ‘기억소환, 추억정산’을 부추기는 무대다. 첫사랑부터 학생운동, 입대, 결혼, 이별과 재회, 닥쳐올 죽음까지 온갖 기억을 소환하며 인생을 반추하게 한다. 이 추억여행을 아름답게 수놓는 선물 같은 BGM이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광화문 연가’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같은 서정적인 옛날 노래들이다. 바로 이 노래들에 정서적 빚을 지고 살아가는 중장년 세대들도 그 노래들에 파묻혀 잃어버린 청춘의 기억을 그 감성 그대로 되살려보는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1985년부터 이문세와 함께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한국 대중음악에 ‘팝발라드’라는 장르를 각인시킨 작곡가 이영훈. 뮤지컬은 2008년 세상을 떠난 그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마지막 꿈이었다고 한다. 2011년 그 유지를 받든 동명의 뮤지컬이 나왔지만, 초연 후 기억 속에 묻혔다가 2017년 CJENM이 새롭게 제작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노랫말처럼, 중년의 작곡가 명우가 죽음 직전 마지막 1분 동안 새하얀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아 현재와 과거의 막을 걷어내고 자신이 만든 노래들을 더듬어가며 청춘과 함께 묻었던 ‘옛사랑’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애써 지나간 첫사랑을 찾아 나서지만, 정작 소중한 추억은 부인과의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여심 저격’ 코드다. 기억 속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는 첫사랑이란 건 실체가 모호한 환상이었을 뿐 오랜 세월 옆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진짜 내 기억의 집, 소중한 액자 속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젊은 날의 사랑 노래들이 총동원되는 것이다. 너무 착하고 훈훈하기만 한 판타지일까. 오히려 오랜 사랑타령의 주인공이 그저 환상이었을 뿐이라는 반전이 꽤 리얼하게 와닿아 서늘해지기도 한다.
우리 시대 이야기꾼 고선웅이 대본을 쓰고, 뛰어난 조형감각의 스타일리스트 이지나 연출이 만든 무대는 그들의 명성 그대로다. 장엄하고 압도적인 천국의 계단을 배경 삼아 시간 여행 안내자들의 유쾌한 추임새로 수십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3시간짜리 여행을 결코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2030대 여성들이 대다수인 다른 뮤지컬 공연장과 달리, 40대 이상도 상당수 객석을 차지하는 풍경이 훈훈하다. 지난 공연들에선 남녀노소 일제히 기립해 국민가요 ‘붉은 노을’을 함께 부르던 커튼콜이 특별한 감흥을 선사했지만, 코로나19 탓에 굳건히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박수만 칠 수밖에 없는 것은 아쉬움이다. 이 또한 우리 인생의 지나간 기억 한 페이지로 남게 되겠지만.
유주현 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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