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광명 아파트 화재 ‘단락흔’에도...애먼 ‘전기차 포비아’ 확산
- 광명 아파트 화재로 3명 사망·64명 다쳐
주차장서 발화...‘전기차 화재’ 의혹도 나와
전기차 화재 가능성은 낮지만, 공포감은 확대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전기차 때문일지도 몰라.”
지난 17일 경기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큰불이 났다. 이 화재로 3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다쳤다. 화재 직후 화재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일부 주민은 전기차에서 시작된 화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화재 발화 지점이 건물 주차장인 탓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과 경찰, 국과수는 18일 오전 11시부터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소방당국은 건물 1층 플로티 주차장 천장 안에 있던 케이블 트레이에서 전선의 ‘단락흔’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락흔이란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합선이 발생해 생긴 흔적이다.
최근 전기차 화재의 증가세도 ‘전기차 포비아’ 확산을 거든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73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7건에 머물던 관련 화재는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증가해왔다. 최근 6년 사이 전기차 수가 급증하면서 화재 건수 역시 동반 상승한 것이다.
이렇듯 전기차 관련 화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차가 유독 더 위험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소방청에 따르면 매년 전국에서 4500건 이상의 차량 화재가 발생하는데, 지난해에는 4800건을 넘겼다. 하루 평균 13건 이상 차량 화재가 일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차량 1만 대당 화재 발생률을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량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2023년 기준 내연기관차 화재 비율 1.86건, 전기차 1.32건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만 놓고 보면 전기차가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는 구조적으로도 화재 확산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셀(Cell)–모듈(Module)–팩(Pack)이라는 3단계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각 단계마다 안전장치가 적용된다.
개별 셀 내부에는 전해질과 양극·음극 사이의 단락을 방지하는 '세퍼레이터‘(Separator)가 들어 있고,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저항이 급격히 증가해 전류 흐름을 차단하는 ‘PTC’(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소재도 사용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듈과 팩 단위에서는 열 감지 센서와 냉각 장치가 배치돼 이상 징후가 포착될 경우, 문제의 셀이나 모듈만 선택적으로 분리해 확산을 막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일부 제조사는 배터리팩 내부를 특수 난연 소재로 감싸거나, 셀 간 열전도 차단막을 삽입하는 등 물리적 방화 대책도 병행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한 번 발생하면 진화가 어렵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다양한 다중 안전장치가 사전에 화재 가능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소비자의 전기차 포비아를 종식시키기 위한 ‘뾰족한 수’는 없다고 진단한다. 다만, 전기차 화재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의 안전성을 알릴 수 있는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의 원인이 전기차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전기차 포비아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전기차 화재의 큰 파급력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전기차가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라 차량 화재 이후 유사한 전기차 화재는 거의 없었지만, 한번 화재가 나면 소비자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는 만큼, 정부는 꾸준한 데이터 기반 설명과 홍보에 나서는 것이 현 시점에서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 자체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충전 제어 기능이 없는 노후 충전기를, 과전류·과열 감지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충전기로 교체할 때 중앙정부 차원의 보조금 제도를 마련하면, 지자체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 등이 자발적으로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이처럼 작은 정책적 유인만으로도 일선 현장에서의 불안감은 크게 완화될 수 있다”며 “전기차 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민의 불안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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