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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복귀,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패권전쟁은 이제부터 시작

삼성, 다시 한 번 '초격차' 나설 때…글로벌 기술경쟁 우위 점하나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 뉴스1]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상황, 글로벌 경제상황을 고려했다”  

법무부가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판결을 내린 이유다. 이번 가석방 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앞 다퉈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앞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4대 그룹 오찬 간담회에서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역시 그간 글로벌 반도체 위기 상황 속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사면을 요청해 왔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청와대에 초청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그룹 회장들도 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사면을 건의했다. 이 부회장의 출소로 112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투자시계가 다시 빨라질 수 있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백신생산까지…이 부회장 의사결정 산적 

지난해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충남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기에 앞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 부회장 앞에는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있다.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시장 우위를 점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강자 인텔은 지난 3월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재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고 대만 TSMC 역시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3월 200억달러(약22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 두 곳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TSMC는 올초 2024년까지 1280억달러(약 147조원)를 들여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독일에도 반도체공장 설립을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독일에 반도체공장 설립을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비전을 밝혔음에도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에 실적을 의존하는 상황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2분기 반도체 사업이 올린 매출 22조 7400억원 가운데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매출은 4조 8600억원이었다. 메모리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했고 비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했다.  
 
이 부회장의 복귀 이후 삼성이 2019년 비메모리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고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2030’ 전략의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고 미국 파운드리 시설 투자 역시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함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스마트폰 분야도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애플은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최강자 지위를 공고히했다. 여기에 중저가 라인업으로 삼성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일 새로운 폴더블폰을 공개하며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작보다 카메라, 디자인 등 상품성을 개선하면서도 가격은 40만원가량 낮췄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에 올인하고자 매년 하반기 선보였던 ‘갤럭시노트’를 올해 공개하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하반기 폴더블폰의 흥행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 1위' 타이틀 수성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의 또 다른 성장동력인 배터리 역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가 미국 기업과 현지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만 미국 진출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내 합작사(JV)를 설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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