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계속되는 ‘원 히트 원더’ 우려…위험 요소 3가지
[크래프톤 파헤치기②] 크래프톤의 미래는?
지난해 12월 선보인 PC MMORPG '엘리온' 흥행 실패 뼈아파
크래프톤 미래 불투명해…“차기작 성공에 대한 부담감 커”
기업공개(IPO) 대어로 손꼽히던 크래프톤이 10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하지만 ‘고평가’ 논란 속에서 상장 첫날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8.84% 낮은 45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보통 상장 첫날 주가가 크게 오르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 크래프톤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현재 성공한 게임이 ‘배틀그라운드(배그)’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이 배그 지적재산권(IP)을 뛰어넘는 차기작을 선보이기 전까진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 전망을 한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7년 3월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사전 출시)’로 선보인 배그가 소위 ‘대박’을 기록하면서 급성장한 게임사다. 2016년 연결기준 매출 372억원, 영업손실 73억원이었던 실적은 배그가 출시된 이후 매년 크게 성장해 지난해에는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배그의 대성공 이후에도 게임업계는 크래프톤의 미래에 대해 아직은 불안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크래프톤의 미래와 관련해 위험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전성기 끝난 배틀그라운드…관련 매출 감소세
배그는 지난 2017년 11월 약 261만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며, 스팀 플랫폼 내에서 동시 접속자 수 200만명을 넘어서는 첫 번째 게임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배그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전 세계가 배그에 열광했다. 이후 수많은 게임사가 배그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배틀로얄 게임들을 속속 선보였다.
문제는 이후 출시된 배틀로얄 게임들이 배그 유저를 분산시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EA의 ‘에이펙스 레전드’ 등이 대표적이다. 2018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크래프톤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았지만 원작인 PC 배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떨어졌다. 아울러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배틀로얄 장르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스팀 기준 배그의 동시접속자수는 약 40만명 정도다. 여전히 높은 수치이긴 하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플레이하는 유저 숫자가 크게 줄었다.
이러한 변화는 매출 추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크래프톤 매출을 플랫폼별로 살펴보면 PC 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한 660억원, 모바일 매출은 12.9% 감소한 3788억원, 콘솔 매출은 64.5% 감소한 40억원으로 모든 플랫폼에서 내림세를 보였다.
너무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중국 당국 텐센트 때리기에 ‘좌불안석’
이는 중국 판호가 막히자, 우회적으로 판호를 획득해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A사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6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A사를 텐센트로 추정하고 있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와 외자판호(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가 있다. 앞서 크래프톤은 판호 획득에 실패, 중국 내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연일 텐센트 때리기에 돌입한 상태다. 중국이 텐센트를 압박하면서 중국 관련 국내 게임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텐센트를 통한 매출 비중이 높은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크래프톤도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타파하기 위해 인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만으로는 중국 시장을 대체하긴 힘들 것이라 전망한다.
차기작 성공은 언제쯤?…야심 차게 선보인 ‘엘리온’은 흥행 실패
여기에 지난해 12월 야심 차게 선보인 PC MMORPG 신작 ‘엘리온’도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과거 ‘에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엘리온은 크래프톤의 미래를 책임질 차기작 중 하나였다. 결국 현재 크래프톤이 출시한 게임 중 제대로 성공한 게임은 배그 하나뿐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중 배그 IP 관련 매출은 9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배그를 제외하곤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는 게임이 없는 셈이다.
물론 크래프톤이 차기작 개발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크래프톤은 배그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NEW STATE)’를 개발 중이다. 해당 게임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알파테스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했으며 사전 예약자 2500만명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 ‘프로젝트 카우보이(COWBOY)’ 등 새로운 게임 타이틀을 제작 중이다. 판타지 소설이 원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윈드리스(Windless)’와 같이 게임 및 출판, 영상물 등으로 콘텐트 다각화가 가능한 IP를 지속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배그 IP를 활용한 배그 뉴스테이트를 제외하고는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배그 이후를 대비할 차기작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결국 크래프톤의 개발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이어진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크래프톤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특히 배그의 전성기가 이미 끝났다는 점, 개발력이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텐센트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등이 리스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그의 뒤를 이을 차기작이 나왔어도 진작 나왔어야 하는데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개발한 ‘엘리온’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며 “사실상 테라 ‘중박’ 이후 성공한 게임은 배그가 유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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