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p만 올려도 이자 12조, 연체율 4배 ‘고혈압’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시중 은행 대출금리 상향 조정
한은 “‘부채함정’ 상황은 아니다”
지난 26일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가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들의 부담이 얼마나 늘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한은)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등은 다양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는데, 공통점은 대출자들이 이자 부담에 따른 지출 확대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연체’ 부담 가중에 초점을 맞췄다. 시중 은행이 가계대출 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연체액이 최대 약 5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시중은행의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향후 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어서다.
이번 결정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 올렸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지금 실물경기에 제약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당연히 우리가 추정하는 중립금리보다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고 평가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과 관련해 “전직 금융통화위원으로서 어제 금통위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27일 밝혔다. 고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연말까지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견을 말씀드리자면, 한 번의 인상으로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앞으로의 추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정부의 이런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가계대출 금리를 큰 폭(최대 1%)으로 조정하면, 외부 충격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도 연체액은 2조7000억원, 연체율은 0.32%포인트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경연은 만약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이어져 금융시장에 충격이 커진다면 연체액은 최대 5조4000억원, 연체율은 0.62%포인트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08년 당시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 금융위기로 번지며 막대한 피해를 남긴 바 있다. 다수의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한 이례적인 충격이었는데, 이런 악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1분기 기준 가계대출 연체액은 1조7000억원, 연체율은 0.2%로 수준이었다. 그런데 만약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면 연체율이 최대 4.1배 증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한은 “대출금리 1%p 오르면 이자 부담 12조원 증가”
한은은 금리 인상 시 늘어나는 이자, 즉 대출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에 대해 주목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가 12조원 가까이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한은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는 약 11조80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소득분위별로는 상위 20%에서 가장 많이(약 5조2000억원) 늘 것으로 예상했고 하위 20%에서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한은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신용’ 통계상 가계대출 총잔액 1630조원을 바탕으로 계산한 수치인데, 최근 대출이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한은은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과도해지거나 소비‧투자가 위축될 수 있는 우려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부채함정’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주체들의이자부담 능력이나, 소비 여력, 가계 저축 정도를 고려하면 부채의 함정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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