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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월급 100만원, 전역때 1000만원' 눈앞…역대 정부 군인 월급통장

병장 봉급 내년 월 67만원으로 인상
인상률 盧 정부 322%, 文 정부 210%
국방중기계획 ‘2025년 병장 96만2900원’
청년 고민 사회문제화에 보상책 일환

 
 
국군체육부대 소속 우상혁 선수가 8월 1일 2020 도쿄올림픽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경례로 팬들의 응원에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사 봉급 인상률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각각 200~300%대에 이른 반면 박근혜 정부 60%대, 이명박 정부 때는 그 절반 수준인 30%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노무현 정부 때 300% 넘는 인상을 단행한 결과, 이후 이명박 정부 때 처음으로 병장 월급이 10만원을 넘었다.  
 
최근 군 장병 봉급 인상 소식에 맞추어 [이코노미스트]가 역대 정권별 봉급 인상률을 병장 기준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2003년 2월~2008년 2월) 때 병장 봉급은 2만3100원에서 9만7500원으로 오르며 인상률이 322.08%에 달했다. 이명박 정부(2008년 2월~ 2013년 2월) 때는 12만9600원까지 올렸지만 인상률은 32.92%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에선 21만6000원으로 66.67% 인상했다. 
 
현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인상률이 이명박 정부 시절의 6배를 넘는다. 병장 월급이 21만원대에서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올해 60만9000원에 이어 내년엔 67만원(예정)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계획대로 실현되면 문재인 정부의 인상률은 210.19%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이는 2025년 96만2900원까지 인상하는 국방부 방안(‘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지난해와 올해 당정협의회에서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8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및 추석민생대책 당정협의에서도 발표한 바다. 이 추세라면 5년 뒤엔 병장 월급이 1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1991년 1만원에서 시작해 35년여만이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10년 동안 병장 봉급은 1만원대에 머물렀다. 이를 10만원 가까이 끌어 올린 것이어서 노무현 정부의 인상폭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 때문에 정권별 인상률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과 군 복무에 대한 보상 면에서 진보 정부가 보수 정부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군 봉급 인상과 복무기간 단축의 필요성 대두  

 
병사 월급은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1~1997년엔 1만~1만3000원대에 머물렀다. 김대중 정부(1998~2003년) 때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과 1999년엔 월급을 동결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0년에도 동결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상폭을 키웠다. 당시 시중에서 1500원하는 담배를 15갑 정도 살 수 있는 수준이었던 2만3100원에서 시작해 정권 말기인 2008년엔 9만7500원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노무현 정부의 병사 봉급 인상 배경엔 저출산과 고령화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15~49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다고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지표)이 2002년엔 1.17명을 기록, 기준선인 1.3 미만으로 하락해 저출산 시대가 본격 시작됐으며 2005년엔 1.09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양육부담 증가와 가치관 변화로 불임·난임이 아닌데도 개인적 선택에 따라 출산을 거부하는 경향도 확산됐다. 게다가 2000년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3%를 차지하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기도 했다. 출산은 줄고, 노인인구는 늘어 부양 부담이 가중되던 때였다.  
 
이런 사회문제를 고려해 2002년 12월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군 복무기간 단축과 월급 인상 등을 공약했다. 대통령이 된 뒤 2006년 국회 상임위원회 연설에서도 “(젊은 청년들을) 군대로 보내 몇 년씩 썩히지 말고 그 동안에 열심히 활동하고 장가를 일찍 보내야 아이를 일찍 놓을 것 아니냐”며 “장가 빨리 보내는 정책, 이런 제도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자 대응 차원에서 군인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군 가산점 폐지에 따른 반발 민심 달래기도 한 몫

고 노무현 대통령의 군 처우 개선을 민심 달래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군 가산점제 폐지로 반발 여론이 들끓었던 것이 배경이다. 군 가산점제는 2년 이상 복무한 제대 군인이 취업을 하거나 공무원시험을 볼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로 1961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다 1998년 7급 공무원 시험에서 탈락한 이화여대 졸업생과 연세대 장애인 남학생이 군 가산점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이어 1999년 12월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2001년 폐지됐다.  
 
적절한 보상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군 가산점제 폐지로 인한 제대 군인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당시 병사 처우는 열악했다. 노무현 정부 첫 해 2003년 병장 월급은 2만3100원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신입사원(사무직) 4년제 대졸 초임이 175만5000원, 고졸 이하 초임이 130만4000원이었다. 즉, 병장 월급이 신입사원 초임의 1.3~1.7%에 불과했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군 가산점제 폐지에 따른 파장에 대해 후속 조치를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봉급 인상과 함께 군 복무기간도 단축했다. 육군 기준 26개월을 2003년 24개월로 줄였다. 이어 2007년엔 육군·해병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文정부, 참여정부의 군역 정책 기조 ‘바통 터치’

3사단 백호대대 생활관에서 장병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강의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정책 기조는 노무현 정부를 승계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군인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공약으로 병사 군 복무기간 단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7년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군 복무기간 단축을 예고했고,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복무기간을 줄여왔다. 이에 올해 12월 14일 이후 전역자부터는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든다. 군별로는 육군·해병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이다.  
 
병사 봉급 인상도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대선 공약 때 “병장 급여를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약 70만원(2017년 최저임금 대비 50% 수준)이 되도록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군인 처우를 개선하면 전력이 보강될 것”이라며 “이는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병사 월급을 큰 폭으로 꾸준히 인상했다. 취임 첫 해인 2017년 21만원대였던 병장 월급을 이듬해 2018년 40만5700원으로 90% 가까이 인상했다. 2019년에는 잠시 숨을 고른 뒤, 2020년에는 54만900원, 2021년엔 60만9000원까지 인상을 단행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5년 이후엔 병장 봉급이 월 100만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2025년까지 병장 월급을 약 96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은 너무 먼 현실”이라는 문진석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서욱 국방부장관은 “병사 봉급을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전역시 ‘1000만원 목돈 지급’ 제도 신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군인 복지 개선을 틈틈이 언급했다. 그는 복무기간 단축이나 봉급 인상뿐만 아니라 한창 젊은 시절을 군에서 보내야 하는 청년들에 대한 다양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병사들이 힘들어하는 문제로 고립감을 지적하며 “일과가 끝난 뒤엔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해 가족과 통화하고, 업무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를 지난해 7월부터 전면 도입했다.  
 
문 정부는 남은 임기에도 군 사기를 진작시킬 또 다른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청년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군 전역시 최대 1000만원의 목돈을 지급하는 사회복귀준비금 제도를 신설한다. 군 장병 급식 단가를 인상하는 방안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방부는 장병 1인당 하루 기본급식비를 올해 8790원에서 내년 1만1000원으로 25.1%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당정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마무리 지은 뒤, 다음달 3일 국회에 병사 봉급 인상 계획 등을 담은 예산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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