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째 번호이동 1위…‘변수’에서 ‘상수’ 된 알뜰폰
8월 알뜰폰 번호이동 19만건…올해 최대 실적
효도폰에서 공세적 마케팅으로 MZ 트렌드 등극
19만2966건. 지난 8월 한 달간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꾀한 고객의 숫자다. SK텔레콤(11만4226건), KT(7만9696건), LG유플러스(8만8506건)의 실적을 아득히 넘어섰다. 알뜰폰의 8월 번호이동 실적은 올해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번호이동 시장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1위에 올라선 건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4만7644건을 달성해 이통 3사의 기록을 앞지른 뒤, 9개월 연속 ‘알뜰폰 우위’다. 나머지 사업자가 매달 10만건을 밑도는 사이, 알뜰폰 사업자는 14만~16만건을 유지했다. 올해 누적으로 따지면 사업자 간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는 이유다. 알뜰폰은 올해 누적 125만7458건의 번호이동을 달성했다. 두 번째로 많았던 SK텔레콤(79만4745건)과 간극이 상당하다.
올해 번호이동을 진행한 전체 회선이 324만4659건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번호이동을 선택한 국민 5명 중 2명은 알뜰폰을 골랐다는 얘기다. 이는 알뜰폰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알뜰폰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900만명을 돌파했는데, 올해 7월엔 어느덧 981만명의 가입자가 모였다. 연내 1000만명 돌파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선 2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의 일이다. 2019년 1월 803만2267명이었던 알뜰폰 가입자는 그해 12월엔 787만2886명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대형 통신사가 요금을 끌어내리면서 가격 경쟁력이 훼손됐고, 브랜드 이미지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싸기만 한 요금제로는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지 못했고 ‘효도폰’ 이미지만 굳어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턴 분위기가 바뀌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알뜰폰은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자급제 단말기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벌어진 일시적인 유행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비웃으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문가 대부분이 시장 점유율을 흔드는 작은 변수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알뜰폰의 행보가 전체 이동통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수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최근 알뜰폰업계에선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종종 볼 수 있다. 과거와 같은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는 얘기다. 젊은 세대 눈높이에 맞춘 전략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가령 U+ 알뜰폰 파트너스의 경우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를 산 뒤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할인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주요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3사의 자회사인 탓에 이통3사 과점 체제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건 흠이다. 그럼에도 알뜰폰 덕분에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건 사실이다. 알뜰폰의 시장 존재감이 뚜렷해진 만큼, 앞으론 이동통신 3사도 사업 전략을 짤 때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9개월째 이통3사의 번호이동 실적을 누르고, 시장의 변수에서 상수로 등극한 알뜰폰이 반가운 이유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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