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퇴직연금 강자였는데'… 보험사, 저수익률에 점유율 '뚝뚝'

상반기 퇴직연금 수입보험료 1.3조 감소
시장점유율 2017년 30%→2021년 상반기 26.8%로 하락세
고수익률 내는 증권사에 치이는 보험사

 
 
보험사들이 고수익률을 무기로 한 증권사들에게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연합뉴스]
퇴직연금시장에서 '강자' 자리를 유지해온 보험사들의 입지가 흔들린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증시 호황과 함께 공격적인 수익률을 내며 퇴직연금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차 늘리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때문에 요구자본을 늘려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을 마냥 확대하기도 어려워 향후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사가 '야금야금'…보험사 퇴직연금 점유율 하락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명·손해보험사 전체 수입보험료는 10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조2000억원 증가했다. 일반보험과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등이 선전한 결과다.  
 
반면 퇴직연금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동기 대비 15.8%(1조3000억원) 줄었다. 올 상반기 보험사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69조7000억원)도 지난해 말(70조2300억원) 대비, 약 5300억원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과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액이 각각 4조6300억원, 4조원 늘어난 것과 대비하면 아쉬운 실적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매년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다. 일부 보험사들은 퇴직연금이 주 수익원이기도 하다.  
 
특히 퇴직연금 적립액이 34조원에 이르는 삼성생명은 자사계열사 적립액 비중만 40~50%에 달해 더욱 안정적인 이자수익 및 자산운용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증시 호황기를 타고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보험사 시장점유율을 야금야금 가져오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은 은행 51.9%, 보험 26.8%, 증권 21.4% 순이다. 지난해 말과 대비해 올 상반기 보험사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은 1% 감소했고 증권사는 0.9% 늘었다.  
 
당장 점유율 변동폭이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우려가 커진다. 보험사 점유율은 지난 2017년 말 기준, 30%에서 꾸준히 하락세다. 반면 10%대였던 증권사 점유율은 20%대로 올라서며 상승세다.  
 
올 상반기 기준, DB형 적립금 1조원 이상 금융사들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자료 금융감독원]
보험사 퇴직연금 적립액 감소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사 43곳 중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적립액이 1조원을 넘는 증권사 7곳의 평균 수익률은 DB형이 2.08%, 확정기여형(DC형)이 9.67%, 개인IRP가 8.58%다.  
 
반면 DB형 퇴직연금 적립액 1조원 이상 보험사 10곳의 평균 수익률은 DB형이 1.92%, DC형은 3.88%, IRP가 2.97%였다. DC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보험사가 증권사보다 약 7%나 낮았다.  
 

퇴직연금 늘리면 RBC비율 부담 가중

 
물론 보험사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은 업권 특성이 가미돼 있다. 보험사는 퇴직연금 대부분을 원금보장형으로 운용하고 있다. 원금을 담보해줘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은 국고채 10년물 등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를 진행한다. 공격적인 투자운용을 진행하는 증권사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증시가 워낙 좋기 때문에 굳이 저수익률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하려는 수요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 퇴직연금에 가입자가 쏠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적립액이 하락세지만, 사업을 마냥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퇴직연금 자산을 늘리게 되면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2023년 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의 도입 등 제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재무건전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기서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금융감독원은 150% 수준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 퇴직연금 적립액은 대부분 원리금보장형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퇴직연금 자산이 늘어날수록 보험사가 쌓아야 할 요구자본도 늘어나게 됨을 의미한다. 적절한 자본충당 없이 퇴직연금 자산을 늘리면 RBC비율이 하락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펴낸 보고서를 통해 K-ICS 제도하에서 퇴직연금에 대해 신용 및 시장리스크 요구자본이 모두 반영될 경우 보험사의 총 요구자본은 6~9%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미 몇년전 일부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사업권을 반납했다.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되며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퇴직연금 운용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현재와 같은 수익률, 적립액 감소가 이어지며 퇴직연금 사업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이자 및 자산운용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사업권 반납 사례가 또 나올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운용은 관리 인력과 비용 등이 만만치 않은 사업"이라며 "특히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은 몸집이 큰 대형 은행, 보험, 증권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돼왔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몸집이 작은 중소형 보험사는 향후 회계제도가 바뀌면 요구자본 부담 때문에 퇴직연금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2"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3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4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5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

6고령화·저출산 지속되면 "2045년 정부부채, GDP 규모 추월"

7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8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9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실시간 뉴스

1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2"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3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4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5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