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맨’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탄소 바이(Bye) 그린 바이(buy)”
녹색 전환 위해 발로 뛴다…탄소중립 주문 외우며 유튜브 활동
탄소 배출 저감 기술 가진 기업 지원…일회용기 지양, 저탄소 생활 실천 캠페인
지난 7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핏포 55(Fit for 55)’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는 오는 2026년부터 유럽으로 들여오는 제품에 탄소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일명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유럽연합의 경제 전략에 더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풀이된다.
탄소 배출량 축소, 환경 문제 해결 등에 관한 문제는 EU만의 일이 아니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8월 탄소중립법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과 산업계에 미칠 막대한 피해 등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탄소중립의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음을 알려준다. 그럼 우리는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녹색경영·녹색금융 확대” 탄소중립 실현하는 정책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기술원) 원장은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로 탄소중립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유 원장은 지난달 30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고 있는 세계 경제 흐름과 국내 경제 구조에서 탄소중립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최근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등 환경을 따지는 기업 활동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탄소중립은 경제적인 문제와도 직결된 중요한 화두가 됐습니다. 문제는 자금 사정이 넉넉하고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이런 산업적·사회적 변화를 감당해낼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기술원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해소해나가고, 이와 더불어 환경오염 문제도 개선해나가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물론, 저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인증하는 작업, 기업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지원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 기술력을 인증을 받은 기업이 저렴한 금리로 경영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기술원이 관련 혜택을 챙겨준다. 기술원은 보증보험의 한도를 높여 해당 기업이 더 많은 경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는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행위 자체가 투자인데, 이 투자의 길을 넓혀주는 셈이다.
“아직 개념도 명확한 정의도 제대로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녹색금융과 녹색경영을 지원하는 것은 탄소중립과 환경보호를 위한 활성화하는 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지요.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입니다.”
그는 탄소중립이 최근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지구 온난화를 예로 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탄소배출량이 급증하며 기후 변화가 심각해졌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게 지구 온난화라는 설명이다.
“이미 수십여 년 전부터 기후 변화로 인한 온갖 부작용과 사회 문제가 점차 심각해졌는데, 우리는 이제서야 그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거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자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탄소중립 정책입니다.”
“일회용품 사용 NO”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목표죠.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붙잡아 대기 중으로 흘려 보내지 않도록 하는 노력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과제입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고 국가적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는 게 기술원의 역할입니다.”
그렇다고 탄소중립을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게 유 원장의 당부다.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의 작은 실천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검소한 삶을 강조했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물건을 사지 않기, 덜 먹기 등 과욕과 과소비로 인해 버려지는 낭비를 줄이는 것도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유 원장은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방식을 주문을 읊조리듯 반복해 말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자칭타칭 ‘탄소중립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탄소 배출 감축 캠페인 영상 찍어 퍼뜨리고 있다.
기술원 차원에서 ‘용기내어’ 챌린지도 진행하고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다회 용기(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와 직접 담아가는 소비자에게 친환경 기념품을 주는 캠페인이다. 일상생활에서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실천을 장려하는 운동이다. 기술원이 위치한 서울 은평구와 합심해 시작한 캠페인이어서 ‘용기내어 그린 은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향후 지역을 넓혀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녹색 소비를 하자는 취지로 ‘탄소 바이(Bye) 그린 바이(buy)’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원은 SNS 인스타그램 ‘미소이야기’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저탄소 생활미션을 공개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를 실천하고 인증 사진을 올리면 보냉백 등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캠페인이다. 녹색소비 생활 미션으로는 대중교통으로만 캠핑하러 다녀온다거나, 캠핑하며 일회용품 쓰지 않기 등이 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캠페인을 진행한다.
유 원장이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탄소중립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와 후손을 위한 당면 숙제”라는 생각에서다.
“정부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계획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여러 설명회와 토론회도 진행될 예정이구요. 탄소중립이라는 큰 배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기술원도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환경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환경기술 개발 사업을 기획‧평가‧관리하고 기업의 친환경, 저탄소 경영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비롯해 환경오염피해 구제 업무 등을 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전문 기관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식하고 있다. 우수한 환경기술을 평가해 신기술 인증 기술검증을 하고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에 환경표지 인증도 하고 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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