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대 선발에 지역인재 할당하면 지역 발전 효과? 의문
지방 의대 신입생 40%가 지역 출신인데
교육부가 지역인재 할당 의무화 도입 추진
역차별 논란 있지만, 실제 차별 우려 적어
“인재 모으려면 의대보다 일자리 늘려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의·약대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을 해당 지역 인재로 뽑도록 하는 규정이 조만간 마련될 전망이다. 지역의 범위를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인재 최소 입학 비율을 40%로 정하는 등 세부 방침이 마련돼 구체화 작업 중이다.
지난 14일 교육부는 국무회의에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역 인재 요건과 선발 비율 등에 관한 사항을 세밀하게 정한 것이다.
교육부 설명에 따르면 ‘지역’의 범위를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강원권, 제주권으로 나눈다. 이 지역 의과대·한의과대·치과대·약학대는 신입생의 40%를 해당 지역 학생들로 채워야 한다. 단 강원권과 제주권 대학의 신입생 모집의 지역인재 할당 비율은 20%다.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부터 지역인재 채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방소재 중학교를 나오고, 의대·약대가 있는 지방 대학이 있는 권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야 한다.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은 중·고교에 관계없이 해당지역 대학을 졸업하면 지역인재 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전문대학원의 지역인재 최소 입학 비율은 20%(강원 10%, 제주5%), 지방 법학전문대학원의 최소입학 비율은 15%(강원 10%, 제주 5%)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우수한 지역인재의 지방대학 입학 유인이 필요하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지역으로 인재가 유입되고 지역 정주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인구가 감소하며 쇠락하는 지방과 인재가 찾지 않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지역인재’ 할당으로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대학과 지역균형 인재 육성 사업의 필요성은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지방대학의 지역인재 선발 현황을 보면 지방 의대 신입생 중 40%가량은 해당 지역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의학계열 학과(의예과·치의예과·한의예과) 신입생 현황에 따르면 호남권에선 신입생의 50.1%가 해당 지역 출신이었다. 대구·경북권의 해당지역 신입생 비율은 44.2%, 부울경은 44.5%에 달했다. 6개 권역 평균 지역인재 출신 비율은 2018년 41.3%였다. 2019년 39.2%, 2020년엔 40.7%로 나타났다.
약학 계열 학과의 지역인재 비율은 더 높았다. 2018년 기준 46.1%, 2019년 48.4%, 2020년 43.5%였다. 이미 40% 넘는 지역 인재들이 자기 지역의 의대나 약대로 진학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지방대학과 지역균형 인재를 육성한다며 지역 인재 선발 비중을 법제화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규정을 통해 일정 비율 이상의 인원을 뽑도록 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학생에 대한 역차별 우려에 대해서도 “이미 지방 의대생의 40%가 지역 학생들인 것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인재 혜택 받고 서울로 떠나도 못잡아” 실효성 의문
하지만 일부 지방 대학에서도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대‧약대는 인기 학과여서 지역할당을 하지 않아도 인재가 몰리기 때문에 이 정책으로 대학을 균형발전시키는데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경남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떠나고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운데 의대생 몇 명 더 뽑는다고 대학을 살릴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학을 살리고 청년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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