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의 민낯①] 머스트잇·트렌비·발란, 줄줄이 고발당한 사연
‘쑥쑥’ 크는 온라인 명품 시장…“불공정‧허위광고 판친다”
캐치패션, ‘머‧트‧발’ 빅3업체 경찰 고발 이어 공정위에 신고
“판매자와 유통경로 정확히 공개 안해…소비자 혼란 가중”
주도권 잡기 위한 경쟁 치열…플랫폼 사업자 책임론 강화
당신이 오매불망 갖고 싶던 명품.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자.
질문 1. 온라인 최저가와 오프라인 판매가의 차이는 얼마인가?
질문 2. 구매한 명품이 어떤 경로(현지 부티크, 병행수입)를 통해 오는지 알고 있나?
질문 3. 판매자 정보(병행수입업체 이름)를 파악하고 있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가능하다. 명품을 온라인에서 산다면 의심부터 하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정착한 결과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에 대한 질문에 선뜻 답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구매자가 ‘최저 가격’ 비교를 통해 명품을 구매하거나 ‘플랫폼’ 자체를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주고 산 명품이 ‘가짜’(짝퉁)일 지도 모르는 데도 말이다.
“명품 의심부터 하라”는 업계 후발주자, 왜?
최근 잠잠하던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에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온 업체는 ‘캐치패션’이다. 업계 후발주자인 캐치패션은 스마일벤처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명품거래 플랫폼. 한화갤러리아 출신인 이우창 대표가 2019년 1월 서비스를 론칭했다.
캐치패션은 이미 ‘산’ 명품과 앞으로 ‘살’ 명품을 의심부터 하라고 꼬집는다. 현재 온라인 명품 플랫폼 ‘빅3’사인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머·트·발)이 해외 메이저 명품 판매채널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여러 매체 및 홈페이지를 통해 마치 이들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캐치패션은 또 ‘머트발’ 3사가 판매자명, 판매자 정보는 물론 유통경로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고 모호하게 표시하면서 ‘100% 정품’이라는 홍보로 소비자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치패션은 이 같은 내용으로 최근 머·트·발 3사를 부정 상품정보 취득과 과장광고·정보통신망 침해로 경찰에 고발했다. 같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3사를 신고했다.
캐치패션 측을 대변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움의 정호석 변호사는 “이들 3개사의 표시·광고행위는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가 금하는 거짓·과장 광고로서, 소비자 오인성 및 공정거래 저해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면서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제재가 필요하며,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식 수입사라더니”…판매자 정보는 ‘퉁’
이들과 정식 계약관계가 없으면서도 계약에 따라 상품을 받은 것처럼 표시하면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표시광고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머·트·발 3사가 판매하는 제품은 구매대행 또는 병행수입 상품이라는 게 캐치패션 측 설명이다. 병행수입은 공식 수입업체는 아니지만 일반업체가 명품 브랜드 상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캐치패션 관계자는 “구매대행이나 병행수입 상품을 판매하면서 해외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 또는 오프라인 매장, 국내외 유명 부티크 등 공식 루트를 통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적법한 판매권 계약에 따라 상품을 판매한다고 거짓 광고를 일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쟁점은 ‘머·트·발’ 3사의 허위‧과장 광고 및 판매자 정보 은닉 여부다. 캐치패션은 3사가 해외 명품 플랫폼과 정식 관계사가 아닌 데도 온라인상에서 ‘정식 파트너 관계’ 또는 ‘해외 온라인 판매업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 등으로 표시하면서 과장 광고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자 정보를 부정확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트렌비의 경우 ‘공식 루트를 통한 100% 정품 판매’를 강조하면서 판매자 정보와 유통 경로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다. 판매자 명을 ‘프리모 클럽’이란 이름으로 통칭하면서 판매자 정보를 은닉하는 것은 물론 불특정 병행 수입채널 판매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캐치패션 측 주장이다.
발란과 머스트잇은 ‘상품 무단 도용’ 문제가 지적됐다. 이들은 해외 공식 파트너사의 상품정보와 사진, 고유번호 등 데이터베이스를 무단 크롤링한 뒤 재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발란은 매치스패션, 마이테레사, 육스 등을 판매자로 무단 표시하기도 했다. 판매자 표시 문제와 계약관계를 캐치패션에서 문제 삼으면서 내용증명을 발송하자 이후 판매자명만 ‘발란’으로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캐치패션은 “상품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명품 플랫폼사들은 각 상품 페이지의 사진과 상품 정보 등에 대한 저작권과 게재된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고 상업적 목적으로 재판매할 수 없음을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머‧트‧발’ 3사…“불법적인 경로의 소싱 없었다”
발란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발란 관계자는 “매치스패션을 제외한 나머지 리테일러사들은 정식 계약을 맺거나 공식 바이어 관계로 있다”면서 “관계가 없는데도 불법적으로 관계사라고 칭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육스와 네타포르테와는 정식 계약관계, 마이테레사와 파페치는 공식 바이어 형태로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내용증명 발송 후 판매가 정보가 변경된 건에 대해서는 “시스템 업데이트 과정에 따른 오기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렌비 역시 불법적인 경로로 소싱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렌비 관계자는 “매치스패션과는 브랜드 기획전을 함께 열 정도로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저촉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들이 계약관계라고 주장하는 해외 명품 플랫폼 입장은 이와 상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호석 변호사는 “해외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부터 해당 업체들이 국내 3사에게 자신들의 상품 정보를 사용해 상품을 판매할 권한을 부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관련 자료는 이미 고발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캐치패션에 따르면 네타포르테 본사 담당자로부터 YNAP그룹에 속한 네타포르테, 미스터포터, 육스는 국내 머‧트‧발 3사와 상품정보를 사용해 각 사이트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에 관한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받았다. 네타포르테 본사 측도 지난 4월경 머‧트‧발 3사에게 관련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경고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덩치 키우는 플랫폼 성장통…“터질 게 터졌다”
올해 성장세는 더 폭발적이다. 발란의 경우 상반기에만 1000억원 거래액을 달성하며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액의 두 배를 넘어섰다. 업계에선 온라인 명품 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투자자들이 몰리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적될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덩치 키우기만 급급한 사이 정작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고지돼야 할 판매자 정보나 수입 경로 등을 놓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병행수입업체라고 진품이 아닌 것은 아니다. 진품을 도매가로 들여오기 때문에 저렴한 게 장점”이라면서도 “문제는 현지 부티크가 아닌 재고창고라 불리는 곳에서 들여오는 병행수입 방식인데, 이 경우 상당 부분 짝퉁이 껴 있을 수 있고 품질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플랫폼사들이 100% 정품 취급, 200% 가품 보상제 등 홍보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정확한 경로를 공개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주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이 거래 중개뿐 아니라 구체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한다. 송혜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플랫폼 역할이 커지고 이익을 얻는 구조가 커지는 만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에 공정위는 물론 학계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결국 부정확한 정보나 허위정보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온라인 플랫폼사들이 신뢰도를 잃고 불이익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플랫폼사들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 과장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석 과장은 “플랫폼은 거래 당사자가 아니고 중개업자지만 소비자들의 거래 패턴이 플랫폼의 신뢰도나 인지도를 믿고 거래하는 경향이 커졌다”면서 “플랫폼도 이런 부분을 이용하고 거래 자체가 플랫폼의 신뢰가 기반이 된 것이라면 지금보다 책임 역시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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