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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한국 초읽기…일·영·싱가포르·북유럽은 어땠나

접종률 70% 넘어 위드 코로나 기반 마련
일본·북유럽에선 단계적 일상 회복 진행
단번에 규제 푼 영국·싱가포르는 역효과
“해외 사례 보며 점진적 위드 코로나 시행”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 중인 영국 런던의 시민들이 7일 타워브리지 인근 템스강변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방역 당국은 1일 현 거리두기 체계를 2주 유지한다고 발표했지만, 결혼식 모임인원은 최대 199명까지 돌잔치 인원은 49명까지 확대하는 완화된 내용의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을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완화하는 정책을 말한다. 확진자 수가 많고 적은 것을 따지기보다 사망자나 위중증자를 관리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해외에서는 이를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라고도 표현한다.
 
해외에서는 접종률이 70%를 넘는 나라를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국내 전문가들도 시행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접종자를 살펴보면 9월 30일 0시 기준 1차 누적 접종자가 76.6%, 누적 접종 완료자(50.1%)는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달 17일 전 국민 1차 접종률 70% 달성 후 2주 만이다.
 

‘위드 코로나’ 시작한 일본·북유럽

해외에서는 어떻게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고 있을까. 일본은 1일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한 긴급사태와 중점조치를 해제했다. 일본은 지난 4월 도쿄도를 비롯해 19개 광역지역에 긴급사태를 발령하고 8개 광역지역에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를 실시해왔다.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방침이었다. 
 
지난 8월까지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5000명 넘게 나오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대책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1차 접종자 수가 전체 인구의 68%를 웃돌고, 접종 완료자가 절반 이상(57.2%)까지 늘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는 약 2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코로나19 긴급 사태를 해제하고 위드 코로나 단계로 태세를 전환했다. 행사 참석 인원도 ‘정원의 50% 이내 또는 최대 5000명’에서 ‘정원의 50% 이내 및 최대 1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렇다고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한 것은 아니다. 긴급사태를 풀더라도 한 달 동안 해당 광역자치단체장 판단으로 방역 대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도쿄도와 사이타마(埼玉)·지바(千葉)·가나가와(神奈川) 3개 현은 3주간 재확산 방지 조치를 마련했다. 방역 인증을 받은 음식점은 오후 8시까지 술 판매를 할 수 있지만,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엔 술 판매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 7월,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 설치된 각국의 국기 아래 관중석이 텅비어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예정보다 1년 늦게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는 IOC 관계자, 외교사절 등 1000명 정도의 인원만 직접 자리를 지켰다. [연합뉴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북유럽에서는 일본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국가들이 많다. 전체 인구의 75%가 접종을 마친 덴마크는 나이트클럽에 들어가는 입장객에 대해서도 백신접종 증명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선 나이트클럽과 유흥주점 등이 집합금지 시설로 운영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스웨덴도 집단 면역을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대부분의 방역규정을 해제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결혼식 참석자 수 제한을 풀었고 콘서트·스포츠경기 등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도 인원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스웨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76% 수준으로 알려졌다. 
 

영국‧싱가포르, 규제 단번에 풀었다가 역효과

하지만 위드 코로나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고 모임 인원제한이 풀어지면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방역 정책을 일시에 완화하자 하루에 확진자 수가 2만~3만명까지 발생하고 사망자가 100명씩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도 전체 인구의 80%가량이 백신접종을 마쳤지만 신규 환자가 1000명 가까이 나오면서 경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 인구가 약 570만명인데 우리나라 인구수(약 5000만명)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9000명가량의 확진자가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일시적 규제 완화가 아닌 ‘점진적‧단계적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50%를 돌파한 1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중앙포토]
 

“해외 상황 참고해 ‘단계적’ 완화 필요”

전문가들은 국민 피로감이나 민생경제 상황을 비춰볼 때 위드 코로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확진자 수가 많으냐 적으냐를 따지는 것보다 위중증 환자나 사망률이 어느 정도 선에서 관리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이나 싱가포르처럼 단번에 시행하기보다, 일본이나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단계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거리두기 4단계 체계가 국제 기준에 비춰보면 사실상 ‘위드 코로나’상황이라는 평가도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선 규제를 완화했어도 음식점 이용 시간이 밤 9시를 넘지 않았고 나이트클럽 등 유흥주점 이용을 제한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위중증 환자 발생이나 사망률이 높지 않도록 관리하면 정부 계획처럼 11월부터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충분한 방역과 의료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전격적으로 규제를 완화기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복귀 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시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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