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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가방 대신 명품 ETF에 투자해라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산업과 기업 분석 어렵다면 ETF가 유리…시장 성장만큼 수익 가능
고정수익 원한다면 배당금 나오는 리츠, 부동산 ETF 등 이용해야

 
 
대부분의 ETF는 산업의 대표기업들을 편입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직접 산업과 기업 분석을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 준다. [중앙포토 ]
 
저녁 식사 후 인근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사람들이 데리고 나온 많은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됐다. 주변에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 20년 전만 해도 여름이면 몸보신 하자며 단체로 보신탕집을 찾는 게 예사였는데, 이젠 보신탕집 발견하기 어렵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반려동물이 많아지면 누가 돈을 잘 벌까. 인터넷을 뒤져 보다 손쉽게 나름의 해결책을 얻었다. 반려동물 산업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을 분석하고, 산업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ETF를 이용하면, 덜 수고스러운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대부분의 ETF는 산업의 대표기업들을 편입하고 있기에 산업과 기업 분석의 수고로움을 덜어 준다. 물론 깊은 분석을 통해 투자한 이들에 비하면 수익은 적겠지만, ETF를 활용하면 시장 성장만큼의 수익률은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최근 구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의 ETF나 명품처럼 인간의 본연적 욕망이 투사 되어 있는 소비재 분야, 콘셉트가 확실해서 장기 보유할 수 있는 ETF 등을 자주 찾아본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테마나 분야 중에서 성장이 예상되는 종목들을 찾는데 엄청난 투자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성장 예상되는 분야 있다면 ETF 활용해야

앞서 얘기한 반려동물 산업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소득이 늘어나고 가구원이 줄어들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정해진 공식에 가깝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만 해도 공원 산책을 할 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반려동물 산업 외에 어떤 분야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의료기기 같은 것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당뇨 관리에서 혁명적인 방법으로 등장한 연속혈당측정기,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 로봇 등 의료기기 분야는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ETF를 활용하면, 미국과 한국의 의료기기 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의료기기 전반에 투자할 수도 있다. 고령화 관련 산업에만 투자하고 싶다면, 미국의 ETF 글로벌X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고령화 관련 ETF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명품산업에도 ETF로 투자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 가치투자자 장마리 이베르야르의 ‘가치투자는 옳다’라는 책을 읽다 재미있는 대목을 발견했다. 이베르야르는 미국에서도 가치투자를 해외시장으로 확장한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펀드를 26년간 운용하면서 누적 수익률 4395%이라는 빼어난 성과를 기록한 후 지난해 현업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펀드에 많은 명품기업 주식들을 편입했는데, 명품의 지존 에르메스는 한 번도 사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에게는 항상 주가가 너무 비싸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에르메스의 PER(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식 수익성 지표)은 60배 정도이다.  
 
이베르야르도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오늘날 에르메스는 지금까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 아마도 유일한 명품 브랜드 상장기업 중 하나일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미술품 수집가의 삶처럼, 투자자의 삶도 후회의 연속이다.’ 명품 회사 중에서 유망하고 저평가된 회사를 살 능력이 되는 투자자는 그런 주식을 사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처럼 시간도 없고 분석 능력도 없다면, 그냥 명품산업에 투자하는 ETF를 사면 된다.  
 
배당투자도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25년간 배당금을 증액해 온 미국의 배당 귀족주나 배당 성장주에 투자하는 ETF들도 있다. 기술주 중에서도 배당금을 잘 주는 주식들로 구성된 ETF도 있다. 관련 ETF를 보면서 필자는 아이디어가 재밌다고 느꼈다. 성장주에 속하는 기술주 투자자들이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높은 변동성이다. 그런데 기술주이면서 배당금을 잘 주는 기업들은 배당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  
 
현금흐름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이면, 리츠(REITs,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나 부동산 ETF를 이용하면 된다. 인컴(income, 고정수익) 확보가 니즈라면 주가 변동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중요한 건 꾸준히 배당금으로 내 통장에 넣어주느냐 아니냐다. 국내외 리츠를 활용하면, 연 6~7% 정도의 수익률을 올 수 있는 투자처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임대 수익률이 연 3~4% 남짓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리츠나 ETF를 활용하면, 임차인 고민 없이도 그 두 배 가까운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투자 아이디어가 더 중요해진 시대  

ETF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제는 투자 아이디어를 곧장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직접 종목을 찾거나 관련 펀드를 찾아서 투자해야만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투자 대상도 전 세계 기업이다.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에 적합한 국내 상품이 없으면 ETF를 통해 해외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아이디어나 콘셉트만 명확하면, 개별 기업 분석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투자 대상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전기차 ETF, 기술주 ETF 등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스마트한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투자에서 항상 등장하는 문제이지만 아무리 좋은 투자 아이디어라고 해도 반드시 투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말이다.  
 
아이디어가 옳고 그 방향이 맞아도 끈기가 없으면 주식시장에서는 돈을 벌기가 어렵다. 끈기나 인내심은 인성이나 태도의 문제이기에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학교 교과서처럼 배운다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률적으로 몇 년을 인내해야 한다는 기간 조건도 없다. 확신이 있어도 중간중간 흔들리기도 한다. 분명한 건 투자 아이디어가 짧게 기간에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당초 생각보다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뿐이다.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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