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 코인도란] 매일 100억 번 업비트…그들의 플렉스(FLEX)는 이제부터
업비트, 강남 사옥 3000억 전액 현금 매입…국내 코인시장 영향력 '갑 오브 갑'
비트코인 ETF 승인 기대감 고조…'현물' 아닌 '선물' 출시 변수 있을까
중국 코인 채굴 0%, 中발 악재 더이상 없다
테슬라 20일 실적 발표, 비트코인 추가 매수했을지 '관심 집중'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편집자]
“가치 인터넷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웹1.0 혹은 웹2.0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할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모건크릭캐피탈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마크 유스코가 최근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이 정보ㆍ미디어ㆍ상업 등 분야를 다룬다면 가치 인터넷인 블록체인은 금융 부문을 포괄한다. 금융은 훨씬 더 규모가 큰 분야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고작 5년도 안 된 블록체인 기업 업비트가 20년 남짓 역사의 인터넷 기업 네이버나 카카오의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업비트는 올 상반기 매일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업비트, 업비트, 그리고 업비트
업비트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데, ‘플렉스’도 아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만 1조8000억원이다. 한 달 벌어 신사옥 부지 매입대금을 치른 셈이다. 전혀 무리한 투자가 아니다.
특금법 시행 이후엔 업비트 영향력이 더 커졌다. 업비트의 의사 결정에 따라 코인 가격이 출렁인다. 업비트 플렉스가 알려진 12일, 업비트가 상장 코인 프로젝트 중 내부 평가 기준에 못 미치는 코인들에 대해 소명 자료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휩싸였다. ‘업비트 살생부’라는 이름의 지라시가 돌았다. 지난 6월 상장 코인들이 무더기 상폐를 당한 ‘피의 숙청’이 되풀이되는가 싶었다. 지라시에 이름을 올린 코인들, 특히 국내 프로젝트 코인들, 이른바 김치 코인들 가격이 폭락했다.
시장 혼란에 업비트가 입장을 밝혔다. 특정 코인을 겨냥한 살생부 작성이 아니라 건전 시장을 확립하기 위해 코인 전체에 대한 평가를 정례화한 데 따른 조치란다. 한국거래소가 정기적으로 상장기업 심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준에 못 미치는 코인을 솎아냄으로써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비트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시장에선 업비트의 일거수 일투족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한다.
업비트의 파워를 입증하는 사건은 15일 또 벌어졌다. 업비트는 이날 솔라나(SOL), 폴리곤(MATIC), 누사이퍼(NU) 등 3개 코인을 신규 상장했다. 6개월만의 신규 상장(원화마켓 기준)이다. 특금법 시행 이후엔 처음이다.
신규 코인 상장에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누사이퍼 가격이 급등했다. 업비트 상장 전 글로벌 거래소에서 0.3달러에도 못 미치던 가격이 상장 직후 1만원까지 치솟았다. 17일 기준으로는 2000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비명소리가 넘친다. 아이디가 ‘누사이퍼 9900층’, ‘누사 8000층’ 등 고점에 물린 이들이 허다하다.
폴리곤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폴리곤은 자체 메인넷이 있다. 하지만 업비트가 상장한 폴리곤은 이더리움 체인(ERC-20) 기반이다. 겉으로 봐선 똑같은 코인이지만, 체인이 다르면 완전 다른 코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코인을 전송할 때 체인을 잘못 선택하면 이 코인은 고아가 돼버려 영영 찾을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업비트가 상장한 폴리곤이 ERC-20이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폴리곤 오입금 업비트 사용자 모임’에 따르면, 15일 업비트가 폴리곤을 상장한 초기 몇 시간 동안 입금 시 ERC-20 관련한 별도 안내를 하지 않았다. 입금 주의사항 안내에도 ‘ERC-20 네트워크만 지원한다’라는 경고 문구가 없었고, 상장 공지사항이나 세부사항 역시 폴리곤이 ERC-20 네트워크로 상장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폴리곤 오입금 관련 문의가 빗발치자 업비트가 뒤늦게 안내 팝업을 추가했다고 한다. 이들은 “투자 위험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업비트가 오입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비트는 복구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입금으로 인한 코인 분실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며, 기술적 차원(개인 키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도 복구 시도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폴리곤 오입금으로 코인을 분실한 업비트 이용자들은 오입금 명단을 작성한 뒤 19일 업비트 본사에 방문해 항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집단소송도 예고했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비트코인 ETF, 드디어 나왔다
16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SEC가 자산관리업체인 ‘프로셰어’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SEC는 전날 위원 5명이 회의를 열어 프로셰어의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프로셰어는 이날 후속 개정 안내서를 SEC에 제출했다. “비트코인ETF 거래가 (18일 월요일부터) 즉시 시작되진 않겠지만 18일에 이 금융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 초 코인 시장에 우호적인 개리 겐슬러가 SEC 위원장에 임명됐을 때 비트코인ETF가 당장이라도 출시될 듯 싶었다. 하지만 겐슬러가 미 하원 청문회를 시작으로 의외의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감은 수그러들었다. 되레 “겐슬러가 코인 시장의 X맨이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투자자 보호를 앞서운 겐슬러의 태도가 코인 시장 자체를 억압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역시 겐슬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그 어떤 전임자보다도 이해도가 깊은 인물이었다. 코인의 잠재력과 파급력을 알기에 규제 정비 작업에 더 신경을 쓴 것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올 ETF는 비트코인 현물이 아니라 선물 기반이다. 그간 SEC는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시세 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ETF를 허용하지 않았다. SEC 입장에서는 주 단위로 규제를 받고 있는 코인 거래소를 믿을 수 없다. 하지만, CME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한결 유리하다.
비트코인ETF의 출시에 시장은 환호했다. 6만달러를 가볍게 돌파하더니 15일에는 6만3000달러 코앞까지 갔다. 17일 오후 1시 현재는 6만1000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악재도 그렇지만 호재도 어깨동무를 하고 온다.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 특히 채굴 시장에서 그렇다. 캠브리지 비트코인 전력 소비 인덱스(CBECI)에 따르면, 8월 기준 전체 해시레이트에서 중국 채굴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0%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채굴 규제로 이미 대부분의 채굴장이 다른 나라로 옮겨갔다. 1등 자리는 미국이 차지했다. 미국 채굴업자들의 해시레이트는 35.4%에 이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14일 ‘미국, 마침내 비트코인을 손에 넣다’라는 보고서에서 “2019년 9월에 미국과 중국의 해시레이트가 각각 4.06%, 75.53%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2년 동안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중국의 영향력이 더 약해지면서 중국발 뉴스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코인 시장이 중국발 악재로 휘둘릴 일은 없어진다는 의미다.
위클리 코인=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 플로우(FLOW)
코인리스트가 인기 있는 플랫폼이긴 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플로우(FLOW) 세일 이후 인기가 치솟았다. 플로우는 NFT 발행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NFT의 ‘시조새’격인 크립토키티 개발사인 대퍼랩스(Dapper Laps)가 만들었다. 크립토키티는 블록체인 기반 고양이 육성 게임인데 워낙 인기를 끌었던 탓에, 당시 이더리움 체인을 마비시킨 전력이 있다.
대퍼랩스는 지난해 10월 코인리스트를 통해 플로우를 팔았다. 유망해 보이긴 했지만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 건 1년의 락업 기간이다. 내 코인이긴 하지만, 내 마음대로 팔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1년 뒤 코인 시장이 침체하진 않을지, 개발사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 리스크가 너무 크다. 1년 동안 해당 자금은 플로우에 묶인다. 다른 더 좋은 코인에 투자했을 경우의 기대 수익을 감안하면 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판매 이후 1년 동안 플로우는 꽤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NBA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순간이 기록된 라이브 영상을 NFT로 판매하는 암호화 수집게임 ‘NBA 탑샷(Top Shot)’은 큰 인기를 끌었다. 대퍼랩스는 NBA에 이어 세계 최대 종합 격투기 단체 얼티밋파이팅챔피언십(UFC)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라리가(La Liga)와도 제휴를 체결하고 NFT를 발행한다. 라리가 NFT는 내년 6월경 출시될 전망이다.
문제는 수급이다. 우리시간으로 16일, 1년 동안 묶였던 코인이 대거 시장에 풀린다. 코인리스트 락업 전 유통 물량이 약 7270만개인데, 락업 해제 이후 물량은 약 3억1500만개로 늘었다. 코인리스트 판매 가격 기준으로 플로우 가격은 100배 이상 올랐다. 10만원만 샀어도 1000만원 넘게 불었다. 락업 해제 이후 어떤 가격에 팔아도 무조건 엄청난 이익이다. 당연히 시장에 매물이 쏟아질 우려가 있다.
수급 우려 때문인지 4일 2만7000원선까지 올랐던 플로우 가격은 17일 오후 1시 현재 업비트에서 1만8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전보다 20% 넘게 하락했다. 현재 NFT가 대세임을 감안하면 유망한 프로젝트일지 모르지만, 투자를 하겠다면 수급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아 보인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선물’ ETF,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까?
회사 설립 이후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비트코인 매수에 따른 평가이익이 더 클 정도다. 이날 실적발표 때 테슬라의 비트코인 포지션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팔았다면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반대로 추가 매수했다면 불붙은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번주의 핵심은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이후 시장 반응이다. 18일 이후 첫 거래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기대감에 시장이 환호했지만,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비트코인 ‘현물’이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 ETF라는 점이다. 선물 ETF는 해당 자산의 선물을 사는 것이지 현물을 직접 매수하는 게 아니다. 직접적으로 현물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는다.
시장은 비트코인 선물 ETF의 출시가 2017년 12월 CME 비트코인 선물 출시 때와 비슷한 결과를 낫지 않을까 우려한다. 당시 드디어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된다고 환호했지만, 막상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되고 나선 기대와 달리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투자 격언이 맞을지, 아니면 코인시장 진화의 거대 분수령이 될지 지켜봐야 하겠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2“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3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4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5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6“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7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8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9“‘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