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더 촘촘해진다…"전세가 상승 이득, 임대인이 전부 차지"
"전세대출로 구매 능력의 최대 두 배 이상 비싼 집 거주"
"대부분의 세입자에게 혜택 부여되면 실질 이득 사라져"
"규제 허점으로 갭투자 등으로 전용, 부동산 버블의 단초"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보호'라는 여론의 압박에 결국 전세대출 제한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지만, 오히려 가계대출 규제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계대출 규제 패러다임이 '금융당국 주도'에서 '금융사 책임'으로 옮겨감에 따라, 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의 전세자금대출 규제 변화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규제를 완화했지만 사실상 대출 규제의 책임을 은행에 넘김으로써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등의 공급을 중단해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들 대출에 대해 예외로 인정, 대출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각 은행들은 전세가격 증액분까지만 대출하기로 하고 잔금 지급 이전에는 대출을 제한하는 등 심사 강화 기조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불가피론'을 주장해온 서 연구위원은 이날 보고서에서도 현행 전세대출 제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전세자금대출은 세입자들의 구매력을 늘려 능력보다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세입자를 위한 정책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전국 월세 수익률이 2.3%로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해 월세 대신 전세를 선택한다면 세입자는 구매 능력의 최대 두배 이상 비싼 집에 거주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 혜택이 대부분의 세입자에게 부여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모든 세입자의 구매력이 증가하게 되면 그 만큼 전세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실질적 이득이 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전세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이득은 장기적으로 임대인이 전부 차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사실상 정부 세금이 투입되는 (전세)대출이 규제의 허점으로 갭투자와 같은 투기자금으로 전용, 부동산 버블의 단초 역할을 해왔다"며 "MB정부서부터 시작된 전세자금대출 지원책이 사실상 주택시장 부양책으로 인식했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위원은 "이런 이유로 대다수 선진국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바우처 방식의 현금 지원을 한다"며 "반면 전 세입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선진국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 연구위원은 고승범호(號)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금융당국 수장의 교체 이후 집값 급등의 원인을 무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을 이용한 갭투자로 인식해 이전보다 강력한 대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사실상 선언적 영향에 그쳤던 대출 증가율 한도(6%) 규제를 통해 은행에 대한 자발적 대출 규제를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 주도에서 은행 주도로 규제 방식을 변경해 은행 스스로 대출의 한도를 설정하고,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며 "현실적으로 기존 정부 규제 방식으로 실수요와 구분해 투기수요, 가수요를 구분해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은행 스스로 대출 금리를 높이고, 고객에게 원리금 분할 상환을 요구한다면 자연히 투기수요, 가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 주도의 대출 규제 정책 전환'에 대해 은행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며 ▲대출 규제 강화, 원리금 분할 상환 확대 등으로 인한 대출 증가율 둔화보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폭이 더 크고 ▲은행 주도의 규제를 보다 더 체계화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와 함께 중소형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가 수반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할 과제가 소비자 편익 확대보다는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 축소 등 금융 안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변화된 정책 기조는 더욱 강화될 여지가 많다"며 "금주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관전 포인트 역시 상기 정책이 얼마나 구체화될 것이지 여부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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