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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립' 선언한 완성車업계, 파운드리와 협업 성사될까

올해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글로벌 완성차 매출 손실 약 247조원 달할 듯
'파운드리 물량 초과'에 국내외 공급망 체계화 목소리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 3공장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고 있다. 그동안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에 맡겨오던 반도체 개발과 설계를 내재화하고 생산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에 넘긴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자체 해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및 자율주행 기술 도입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직접 개발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내재화 필요성" 완성차업계, 반도체 자체 개발 움직임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IONIQ 5). [사진 현대자동차]
21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 등으로 올해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피해 범위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매출 손실이 연초 예상치인 610억 달러(약 71조원)보다 3배 이상 많은 2100억 달러(약 2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공급난 대처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반도체 직접 개발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차량용 반도체를 최대 10배가량 더 소모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인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에 들어가는 고성능 반도체 및 전력 반도체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자체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차량에 직접 설계한 자율주행 반도체를 일부 적용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도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지난해 4월 부품 자회사인 덴소와 반도체 개발사 미라이즈 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업체에서도 반도체 개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반도체 내재화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들려온다. 지난 13일(현시시간)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현지 기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직접 생산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반도체 내재화와 관련해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2월 차량용 반도체 분야 개발 역량 확보를 위해 그룹 내 계열사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측은 "향후 소프트웨어와 반도체가 합쳐진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 오트론의 반도체 부문을 인수한 것"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대차가) 반도체 자체 개발을 하게 된다면 기술의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 및 전력 반도체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AEC-Q100(자동차 부품 신뢰성 평가규격) 인증을 받아서 양산해야 하는 만큼 기술력이 필요한 반도체 제품에 대해선 국내 파운드리 기업 중 삼성전자 정도와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 꺼리는 파운드리  

파운드리 라인이 있는 삼성전자 화성공장.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선 완성차업체들의 다음 스텝은 생산을 위해 파운드리와 협업하는 일이다. 문제는 반도체 자립에 나서는 게 완성차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스마트폰업체 등도 최근 반도체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지만 공장 증설까지는 2~3년 정도가 소요돼 당장 급증하는 물량을 감당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욱이 차량용 반도체는 공정이 까다로운 데다, 기존 PC나 모바일용 칩을 생산하던 파운드리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라인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PC나 스마트폰용 반도체보다 제조, 품질관리가 훨씬 까다롭지만 수익률은 낮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삼성과 TSMC는 운영 중인 생산라인의 품목을 당장 바꾸기 어렵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아직까지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9% 정도로 규모가 작아, 파운드리업체가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외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18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일본 도요타 사례를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도요타는 수년간 위기 대응 시스템과 부품 공급망을 개선했으며, 정부 지원으로 일본 르네사스, 대만 TSMC 등 반도체업체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했다. 그 결과 1차 반도체 공급난에도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 약 500만대를 판매했다. 전 세계 상위 5개 완성차업체 중 지난해 상반기 대비 판매량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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