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뱅·카뱅은 ‘원앱’인데…시중은행도 ‘앱 지옥’ 오명 벗는다
연관 앱 평균 14개…"모바일 앱, 간편성이 핵심"
신한은행, '신한 SOL' 재정비 이후 MZ 고객 늘어
KB국민은행도 '뉴스타뱅킹'으로 앱 통합 예정
“은행에서 앱 알림 받으려고 알림 앱을 또 깔아야 한다니 비효율적이다”, “인증 반복만 하다가 성질 버리겠다”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 리뷰를 보면 일명 ‘앱 지옥’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해당 은행이 제공하는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별도의 앱을 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다. 모바일 거래는 쉽고 간편해야 하는데 색이나 기능이 헷갈린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핀테크 기업들 1~2개 앱 운영…시중은행은 평균 14개
KB국민은행의 앱 개수가 19개로 가장 많았다. KB국민은행은 스타뱅킹, 기업뱅킹, 미니뱅킹, 알림, 리브, 통합인증 등의 앱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14개, 하나은행 14개, 우리은행 9개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세분화돼 있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 자체가 많다”며 “부동산, 세금 납부 등 생활 금융 기능까지 추가한 앱이 출시되다 보니 앱 개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은 주로 1~2개의 앱만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 앱 하나와 간편결제 중심의 ‘카카오페이’ 앱 하나를, 케이뱅크는 기업뱅킹과 개인뱅킹을 나눈 앱 두 개로 운영하고 있다. 토스뱅크‧뱅크샐러드‧핀크‧핀마트 등 주요 핀테크 기업들도 회사 이름을 딴 1~2개의 앱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출범한 토스뱅크는 ‘원 앱’을 강조했다. 2000만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금융 앱 토스를 기반으로 토스 앱 하나에서 은행, 증권, 송금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원앱 전략에 대해 “개발자들이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이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 간소화”라며 “토스 앱 하나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로딩 시간을 줄이고 가볍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이어 KB국민은행도 10월 '뉴 스타뱅킹' 출시 예정
앱 이용의 불편함을 방치할 경우 핀테크 기업들로의 고객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앱 이용에 익숙한 MZ세대의 경우 시중은행 유입 가능성이 아예 차단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앱 통합에 나선 것은 신한은행이다. 지난 2018년 신한은행은 '신한S뱅크', '써니뱅크' 등 6개 앱을 하나로 합쳐 모바일뱅킹앱 '쏠(SOL)'로 통합했다. 통합 이후 앱 이용자의 MZ 비율도 늘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신한 쏠' 월간 실사용자 수(MAU) 796만명 중 49.5%에 해당하는 394만명이 MZ세대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순증한 MAU의 절반 가량도 MZ세대였다. 순증 규모 111만명 중 MZ세대는 51만명으로 45.95%의 비중을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은 ‘뉴 스타뱅킹’ 프로젝트를 통해 10월 중 대대적인 앱 개편에 나섰다. '뉴 스타뱅킹' 프로젝트는 UX·UI와 'KB모바일인증서' 기반 통합 로그인 개선 등 기능적인 측면을 전반적으로 개편한다. 기존 금융업무 500여개 가운데 250개만 선별해 소비자에게 보여 주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뱅킹 앱인 ‘스타뱅킹’과 MZ세대를 위한 ‘리브’ 앱 두 개를 중심으로 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 역시 현재 운영 중인 7개 앱을 2024년까지 ‘NH스마트뱅킹’, ‘NH기업스마트뱅킹’, ‘올원뱅크’ 등 3개 앱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시대 도입으로 은행권의 모바일인증서 사업자 확대 역시 ‘간편한 앱’ 전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뉴 스타뱅킹의 핵심으로 자체 개발한 KB모바일인증서가 꼽힌다. 공동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한 KB모바일인증서는 ‘공공기관 전자서명 시범서비스’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앱 인 앱’ 등 외부 확장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모바일인증서로 KB금융그룹 계열사의 다른 앱에서 로그인이 가능하다. 인증서 하나로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 업무를 넘나들 수 있는 셈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 앱 간소화는 업계에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첫 계좌 개설 이후 은행 점포 방문 경험이 없는 10대들이 대다수인 것처럼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간편한 모바일 앱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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