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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내 절반 깼다"…종신(終身) 이름값 못하는 '종신보험' 어떡해

[단독 입수] 민형배 의원실 자료…생보사 종신보험 2년 유지율 58% 불과
올 1~8월 민원만 6000건…불완전판매 일등된 종신보험
보험사 '수익' 이유로 설계사 단속 미비, 당국도 사실상 뒷짐

 
 
[연합뉴스]
 
종신보험 가입자 절반가량은 가입 2년 이내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의 무리한 영업행태 속 보험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종신보험은 지난 수년간 금융민원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2년 유지율, '최고' 푸르덴셜생명 79.6%, '최저' 삼성생명 50.8%  

[이코노미스트]가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24곳의 종신보험 평균 유지율은 13회차가 81%, 25회차가 58.6%를 기록했다.지난해 종신보험의 13회차(80.9%), 25회차(59.7%) 평균 유지율보다 더 떨어졌다. 국내 생명보험 전체 상품의 25회차 평균 유지율(66.7%)과 비교해봐도 종신보험이 약 8.1%포인트 낮았다.  
 
[자료 민형배 의원실,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민형배 의원실]
 
보험계약 유지율은 최초 체결된 보험계약이 일정기간 경과 후에도 유지되는 비율이다. 예컨대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은 최초 보험 계약 후 2년이 지난 시점까지 보험금을 계속 납입하고 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종신보험 가입자 10명 중 2명은 가입 1년 이내, 4~5명은 2년 이내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생보사별 25회차 종신보험 유지율은 '생보사 빅3'인 삼성생명이 50.8%, 한화생명이 56%, 교보생명이 58.7%로 업계 평균 58.6%와 비슷하거나 낮았다. 이들 빅3의 올 1월부터 7월까지 종신보험 신계약건 수는 33만7717건으로, 업계 전체 판매건수(71만7768건)의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있음에도, 유지율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별 유지율에도 격차가 상당했다. 올 상반기까지 월 평균 1000건 이상 신계약을 유치한 생보사 중에서 푸르덴셜생명(79.6%)의 25회차 유지율이 가장 높았고, 삼성생명(50.8%)이 가장 낮았다. 무려 30%p 가까운 격차다. 푸르덴셜생명 가입자 10명 중 8명은 2년 이상 종신보험을 유지했고, 삼성생명의 종신보험 가입자는 10명 중 5명만 2년 이상 유지한 셈이다. 
 
고객 민원도 증가세다. 민 의원실에 따르면 전체 생보사 종신보험 관련 민원건수는 2019년 8018건, 지난해 9488건을 기록했다. 올 1~8월까지 종신보험 민원건수는 6038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기준, 종신보험 민원건수가 1000건을 넘은 곳은 KDB생명(1028건)과 한화생명(1028건) 두 곳이었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을 살펴보면 보험 민원이 58.8%를 차지하며 은행(13.8%), 금융투자(10.8%), 중소서민(16.6%)을 압도했다. 또한 올 상반기 생명보험 접수 민원건수는 9449건을 기록했다. 올 1~8월 종신보험 민원건수가 약 6000건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생명보험 민원 절반 이상은 종신보험으로 추정된다.    
 

돈 되는 종신보험, 보험사·금융당국 단속 '손 놨다' 

종신보험은 생명보험 본질에 가장 부합되는 상품으로 꼽힌다. 주로 40대 이후의 가장들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를 대비,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연합뉴스]
 
2000년대 초기, 종신보험 25회차 평균 유지율은 70~80% 수준을 기록했다. 90년대 초~2000년대 초까지는 '노후대비=종신보험'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시기였다. 생보사들도 이때 고액 보험료를 수령할 수 있는 종신보험을 대거 판매하며 회사 실적을 높였다. 가입자들도 미래를 생각해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다.  
 
하지만 설계사들이 영업현장에서 종신보험을 '연금 지급이 가능한 저축성보험'처럼 설명하면서 고객 민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종신보험은 사망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장성보험이다. 만기시 낸 보험료를 돌려주는 저축성보험과 달리 보장성보험은 만기에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 많다.  
 
보험사들은 주 수익원인 종신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연금전환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고 설계사들은 영업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이를 저축성 상품처럼 오인하도록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수십만원의 월 보험료를 납부하는 고액상품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이때 설계사들은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설명하며 마치 원금을 보장해줄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말했다. 2010년대 이후 종신보험 고객 분쟁이 크게 증가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종신보험은 보험사나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개 위험보험료, 비용 및 수수료 등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20% 안팎을 사업비로 적립한다. 이에 가입자가 평균 10년 정도 보험료를 납입해야 적립금(해지환급금)이 납입한 원금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비에 대한 이해 차이도 가입자와 보험사간 민원이 증가한 요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보험사들은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관련,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종신보험이 생보사 주 수익원 상품이다보니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 행태를 특별히 단속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아예 변형된 종신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생보사들은 가입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망보험금이 증가하는 체증형 종신보험을 내놨으며, 장기 가입에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들을 위해 단기형 종신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중 체증형 종신보험은 지난 8월 금감원이 "충분한 설명없이 가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융당국이 간혹 종신보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있지만 이외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설계사와 해당 보험사 및 법인보험대리점(GA)에 더욱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 의원은 "고객의 필요성 충족보다 가입 유치에만 치중한 관행이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의심 설계사 점검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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