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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가닥…노사 대치 격화 불가피

"예금·대출 등 신규 중단 예정…현실적 제약 고려"
노조 "인가하면 대규모 실업·소비자 피해 방관"
금융위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폐지 철저 감독"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절차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부분의 전체 매각을 추진했지만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씨티은행은 이번 결정으로 조만간 예·적금 및 대출 등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계약은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전체 매각 진행했지만 현실적 제약 고려"

25일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고용승계를 전제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다양한 방안과 모든 제안을 충분한 검토를 해왔다"며 "여러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해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씨티은행은 해당 부문의 영업을 점차 축소·폐지하고 추후에는 기업금융 영업만 지속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15일 씨티그룹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단순화를 위한 사업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한 이후 나온 결정이다.
 
씨티은행은 금융당국과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고용보장과 관련해선 희망퇴직과 은행원의 재배치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씨티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조합과 협의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에게는 행내 재배치 등을 통한 고용안정도 최대한 보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객 피해 우려에 대해선 "단계적 폐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고객과의 기존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중단할 예정이며 신규 중단 일자를 포함한 상세 내용은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대규모 실업과 소비자 피해 우려, 인가 내주면 안 돼" 

사측의 이번 결정으로 노사 대치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 결정과 관련해 "당연히 금융위원회의 인가 사항"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노조는 HSBC 소비자금융 철수와 하나은행 영업부분 일부폐지 등에 대해 금융위가 인가를 냈던 선례를 들어 "국민·신한 등 시중은행들이 마음대로 사업부문을 폐지해도 금융위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며 "한국씨티은행도 똑같은 시중은행"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당국이 단계적 폐지를 인가하면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와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관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대한민국 금융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2021년도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이날 씨티은행에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조치 명령을 사전통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권익 보호와 거래질서 유지 계획을 제출하라는 의미다. 금융위는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의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하여 이행할 것,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해당 계획을 금감원장에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또 "이 계획에는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방지 계획, 내부조직·인력·내부통제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가 금융위의 인가 사항인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와 관련해 "은행법상 인가 대상인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인가 대상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질서 유지 등의 측면에서 현행법상 명확하게 자세하게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씨티은행은 1967년 국내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은행을 출범시켰다.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800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1875억원, 씨티그룹에 지급한 배당금은 464억원을 기록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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