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이 클 땐 인덱스펀드·ETF로 투자자산 나누어라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적립식 투자에서 실패 이유는 손실나면 투자 멈추기 때문
핵심은 자산배분 자체가 아니라 적절한 리밸런싱이 있어야
투자자에게 변동성은 숙명이다. 가격의 오르내림을 의미하는 변동성은 수익과 손실의 원천이다. 변동성이 없으면 수익도 없고 손실도 없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도 없고 막히지도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변동성에 대응하는 것뿐이다. 말로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변동성으로 인해 때로는 희열을, 때로는 절망과 공포를 느낀다. 희열과 절망과 공포는 간혹 인간의 감정을 극단까지 몰고 간다. 희열에 취해 자신의 능력 범위 밖의 레버리지를 쓰거나 반대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자산을 처분한다. 물론 두 가지 행동 모두 대개 파국으로 끝나는 게 다반사다.
변동성은 객체이고, 투자자는 주체이다. 주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변동성은 내 편이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주체로서 투자자가 변동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가장 유명한 비유가 증권 분석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미스터 마켓’이다.
자산 배분은 적절한 리밸런싱 있어야
때때로 그의 가치평가가 그 회사의 실적이나 전망을 고려해 볼 때 그럴듯하고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열망이나 두려움의 감정에 치우치기도 하고 그가 제안하는 가치가 약간 어리석게 보일 때도 있다. 만약 당신이 신중한 투자자이거나 현명한 사업가라면 보유하고 있는 1000달러어치 주식가치에 대한 판단을 미스터 마켓의 일별 판단과 정보에 맡기겠는가?’
그레이엄은 미스터 마켓, 즉 주식시장을 때로는 희열에 취해 비싼 값에 가격을 제안하거나 반대로 절망과 공포에 빠져 터무니없는 가격에 자신의 주식을 팔고자 하는 조울증 걸린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라면, 미스터 마켓이 제공하는 판단과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과 분석으로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을 신조로 삼는다. 이들은 변동성에 대해 주가를 싸게 살 기회라고 받아들인다. "기본적으로 가격의 변동은 진정한 투자자에게 오직 하나의 중요한 의미만을 갖는다. 가격변동은 투자자에게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때 매수할 수 있고 급상승할 때 현명하게 매도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벤자민 그레이엄). 하지만 이 방법은 절대적으로 종목 분석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스터 마켓이 매일 제안하는 정보와 판단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변동성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산배분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자산 배분은 주식과 채권의 배분이다. 만일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당초 설정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바뀌면, 원래대로 재조정하는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자산배분 수단으로 가장 추천받는 투자 대상이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다. 기장 비용이 저렴하고, 손쉽게 리밸런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은 주식과 채권으로의 배분이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기본일 뿐 자산배분의 범위와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주식이라고 해도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그 안에서도 인덱스펀드냐 헤지펀드냐의 문제까지 수많은 투자 수단이 존재한다.
그러나 핵심은 자산배분 그 자체가 아니라 적절한 리밸런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의 비중이 줄어들었을 때, 주식의 비중을 다시 높이는 과감함이 없으면 자산배분은 그저 여러 가지 투자 상품에 섞어 투자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다행히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들도 전통적인 종목 선정 개념을 넘어서 ETF를 통해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실시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자산배분에 중요한 것은 주식의 비중이 줄었을 때, 다시 주식 비중을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을 수 있는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시간 분산이 중요
이런 행동의 수면 아래에는 더 불입하면 더 손해를 볼 것 같은 생각에 자리 잡고 있다. 더 손해를 보기 싫은 심적 편향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대로 방치해 둔다.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자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진실은 반대편에 있다. 예를 들어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얘기는 그 펀드에 투자된 주식의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익률 마이너스 상태에서 계속 불입하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어서 추후 주가가 오를 때 더 빨리 손실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적립식 투자는 만기가 없지 않은가.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5년 이상 적립식 투자를 유지하면, 마이너스를 볼 확률은 크게 줄어드는 것 같다.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배당주, 리츠 등이 대표적이다. 현금흐름이 있으면 하방 경직성이 생긴다. 꾸준한 현금흐름이 있기 때문에 그 현금으로 추가 투자를 통해 현금흐름을 더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일부 투자 고수 중에 배당이라는 필터를 통해 종목 선정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필자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들 대부분은 지극히 보수적인 투자자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배당금을 받고 기다리거나 그 배당금으로 주식을 더 사들여 복리 효과를 얻겠다는 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상의 4가지 방법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도 검증된 것들이다. 만일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변동성에 휘둘리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도 인간이기에 미스터 마켓의 감정에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더라도 손실이 나면 마음 편한 투자자들은 없다. 문제는 그 변동성을 견뎌낼 수 있는 내공이다. 그 내공의 요체는 인내심이다. 미스터 마켓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로 가겠다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과 인내심이 없으면, 주식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시장은 고수나 하수, 주린이나 베테랑 모두 돈을 버는 시장이었다. 오히려 주린이가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장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계속 시장이 올라주면 좋겠지만, 시장은 굴곡을 만들면서 움직이기에 그런 바람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은 고수와 하수를 걸러낸다. 인내심이 없는 투자자들을 뒤로 밀어내 버린다. 자신만의 변동성 관리 노하우를 익혀서 버텨내야 한다. 때론 버티는 힘이 지식보다 중요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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