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비관론이 번졌던 3분기에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 반도체에서만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분기 기준 반도체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긴 건 반도체 초호황기던 2018년 3분기 이후 12분기 만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73조9800억원, 영업이익은 15조8200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3분기 매출은 전 분기(63조6700억원) 대비 16.2% 증가했다. 기존 분기 최대 매출을 찍었던 지난해 3분기(66조9600억원)와 비교해도 10.5% 증가하며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3조2500억원 증가한 15조 8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1.4%로 전분기 대비 1.6%P 개선됐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연속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자, 이대로라면 연간 매출이 반도체 초호황기던 2018년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실적을 이끈 주인공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3분기 매출 26조4100억원, 영업이익 10조 600억원을 기록했다.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D램은 분기 최대 출하량을 기록했다. 3분기 D램 매출은 역대 두 번째 높았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은 부품 공급 이슈로 일부 부정적 영향이 있었으나 주요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로 수요가 회복됐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 역시 수요처를 다변화하고 제품공급을 확대해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15나노 D램·128단 V낸드 판매 확대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며 “파운드리도 글로벌 고객사 대상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해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4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외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가격 하락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과거 대비 낮아진 메모리 가격 변동폭과 견조한 서버수요를 근거로 들었다.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메모리는 당초 예상 대비 부품 수급 이슈와 이에 따른 수요처들의 생산 차질, 원자재 가격 등 다양한 매크로 불확실성이 있었다”며 “팬데믹으로 촉발된 디지털 전환이 우리 삶에 공존하며 새로운 단계의 디지털 전환으로 발전하면 여기에 맞춰 신규 CPU와 주요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뤄지면서 서버중심의 수요는 견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 수요에 힘입어 역대 3분기 중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 디스플레이 매출은 8조 8600억원, 영업이익은 1조 4900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디스플레이는 LCD 가격 하락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가 확대됐으나 QD(퀀텀닷) 디스플레이 라인 전환을 위해 LCD 판매를 축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로는 적자가 줄었다.
 
지난 2분기 신제품 출시 효과가 없어 매출이 주춤했던 모바일도 실적이 상승했다. 업계 전반에 걸친 부품 공급 부족 상황에도 불구하고 폴더블폰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3분기 모바일 매출은 28조 4200억원, 영업이익은 3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비스포크 에디션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갤럭시 S 시리즈의 모멘텀을 유지하며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경쟁력 있는 중저가 5G 라인업을 활용해 교체 수요와 성장 중인 5G 시장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가전과 TV사업이 속한 CE 부문은 3분기 매출 14조1000억원, 영업이익 760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시장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비스포크 판매 국가와 국가별 라인업을 확대하고 신가전 제품 출시를 통해 전년과 전분기 대비 매출을 모두 확대했다. 하지만 원자재·물류비 영향으로 수익성은 다소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33조5000억원을 시설투자(CAPEX)에 썼다. 이 중 30조원을 반도체에 투입했고 디스플레이에 2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시설투자액 10조 2000억원 중 9조원을 반도체에 수혈했다. 내년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DDR5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다. 
 
평택과 시안 첨단공정을 증설했고 공정전환과 함께 수요대응을 위해 평택 P3라인 인프라 투자도 진행했다. 파운드리는 평택 EUV 첨단공정 증설 투자를 중심으로 집행했다. 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CAPA) 확대, 중소형 모듈 투자를 통한 신규 기술 전환 가속화에 중점을 두고 투자했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황과 연계된 탄력적인 투자 집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품 수급 이슈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하고 아직 4분기 투자는 검토하고 있는 관계로,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2021년 연간 시설투자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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