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3분기 호실적’ 거머쥐고도 ‘한숨’ 쉬는 이유는?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대폭 증가
“비용절감 통한 양호한 성적…내년 카드론 규제 등 위축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했다. ‘사업 다각화’와 ‘비용절감’이 양호한 성적표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호실적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등 각종 리스크로 인해 내년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5개 카드사, 당기순이익 17% ↑…누적 순이익은 31% ↑
카드사별로 살펴봤을 때, 신한카드가 3분기 매출 3조5594억원을 기록하며 특히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686억원) 증가한 5387억원으로, 이는 2년 전인 2019년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17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는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9% 증가한 1395억원을 냈고, 누적 순이익으론 42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오른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다.
KB국민카드는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2% 증가한 1213억원을, 누적 순이익은 3741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번 실적발표에선 중소카드사들의 약진이 눈길을 끌었다. 하나카드는 올 3분기 당기순이익과 누적 순이익으로 각각 568억원, 1990억원을 냈는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약 15%, 74% 급증한 수치다.
우리카드 역시 큰 폭의 성장을 거뒀다. 우리카드는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2% 치솟은 540억원을 기록하는 한편 누적 순이익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3% 상승한 1750억원을 올렸다.
카드사들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디지털 혁신 등 비용 절감 노력이 주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돼 디지털 채널 개편 등을 통한 비용절감 전략을 중점으로 수익성을 강화한 것이 업계의 공통점일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카드 수수료 이슈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업계 전반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글로벌사업 등 수익 다각화를 모색한 것도 이번 호실적의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율 인하·카드론 규제 등 악재 산적…고객혜택 축소 우려도
다만 “내년부터 카드업계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먼저 11월 말 결정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여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2012년부터 3년마다 ‘적격비용’을 확인하고 수수료율을 결정해왔데, 이는 최근 3년간 카드업계의 자금조달비용·위험관리비용·일반관리비용·밴(VAN) 수수료·마케팅비용·조정비용 등을 들여다본 후 정해지는 방식이다.
수수료율이 올해 말 정해지면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적용된다. 구체적인 인하폭은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확정되겠지만, 영세가맹점을 중심으로 0.1%포인트 내외의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카드 수수료 재산정 과정에서 추가 인하가 결정되면 내년 카드업계의 영업이익 감소규모가 최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9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금리상승 대응능력 점검’ 보고서를 통해 11월 예정된 수수료 재산정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수수료율 하향폭은 약 0.1%포인트에서 0.2%포인트 내외로 예상했다. 이에 내년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 감소 규모는 약 5000억~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지난 26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카드사들의 카드론 취급액이 줄어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드론은 업계 내 자동차 할부금융과 더불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주축이어서 업계 타격감이 높을 것이란 추측이 우세하다.
한편 일각에선 이러한 금융당국발 규제에 카드산업이 위축돼 결국 금융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상품 혜택이 좋아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던 이른바 ‘혜자 카드’ 등은 최근 들어 대다수 사라지게 됐다”며 “이는 카드 수수료의 끝없는 인하로 인해 업황이 악화되자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부가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전략이 업계 전반에 자리잡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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