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보다 스니커즈”…MZ세대가 ‘운동화 리셀’에 진심인 이유
안전성, 수익률 좋은 ‘스니커테크’ 각광
10만~20만원대 시드머니로 진입장벽 낮아
NFT 기반 운동화 리셀 플랫폼도 등장
코인에 질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운동화’에 빠졌다. 매년 가격을 올리는 샤넬백을 구매해 되파는 ‘샤테크(샤넬+재테크)’와 ‘롤테크(롤렉스+재테크)’ 열풍에 이어 한정판 운동화를 통한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는 12월 3일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손잡고 출시할 예정인 한정판 운동화 ‘퀀도1’이 발매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퀀도1은 지드래곤과 세 번째로 협업한 스니커즈로 앞서 출시된 운동화도 발매가였던 20만원대보다 100배 이상 뛴 2000만원대에 리셀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명품 브랜드 디올과 나이키가 협업해 출시한 ‘나이키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 디올’은 번개장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리셀가 11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주식·코인보다 안전하고 진입장벽 낮기 때문
스니커테크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재테크 방법보다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오픈런’을 해야 하는 샤테크와 롤테크는 매장 오픈 전부터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도 제품을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정도로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이와 비교했을 때 한정판 운동화는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온라인으로 ‘응모’하는 방식으로 구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시드머니가 크지 않아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다. 10만~20만원대에 스니커즈를 구매해 적게는 몇 십만원부터 많게는 몇 천만원대의 차익을 얻을 수 있어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나 주식 대신 스니커테크에 뛰어드는 MZ세대가 많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몇 년 전부터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어 스니커테크를 즐겨 하고 있다”며 “평소에 관심 있었던 브랜드의 운동화를 여러 켤레 구매한 뒤 차익을 남기면 돼서 코인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NFT 기반 리셀 플랫폼도 등장…가품 걸러내 신뢰도 ↑
최근엔 NFT(대체불가능 토큰) 기술을 활용해 운동화의 정품 여부를 판단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셀 플랫폼도 등장했다. 기존에 가품 및 위조품 논란과 불투명한 검수 시스템으로 한계를 보였던 스니커즈 리셀에 정품 보장이 더해진 것이다. 전보다 더 안전하게 스니커테크를 할 수 있어 M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기존 플랫폼인 네이버의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의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인 ‘아웃오브스탁’은 ‘덩크 익스체인지’라는 별도의 플랫폼을 만들어 정품 검사를 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에 판매용으로 접수된 각 스니커즈를 검수해 정품 판명이 나면 NFT 코드를 부여해 플랫폼 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품 확인 절차부터 신발 상태 점검, 이력 관리 등을 데이터화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2018년부터 스니커테크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모씨는 “최근 NFT 기반 리셀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판매자들 사이에선 가품에 의한 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좋다”며 “앞으로 스니커테크가 더 각광받을 것 같다”고 밝혔다.
스니커테크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19년 약 2조2000억원)에서 2025년 약 6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지난해 상반기 스니커즈 총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한 410억원이다.
이정희 교수(중앙대 경제학과)는 “리셀시장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웃돈의 액수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며 “희귀성을 내세워 소비자의 구매와 투자 욕구를 자극해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리셀이 목적이 아니라 착용 혹은 소장 욕구가 있는 소비자는 리셀러들에게 밀려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정판 제품을 돈으로만 보는 시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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