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억짜리 ‘숙박대전’, 야놀자·여기어때 통한 모텔 예약 불가능?
숙박대전 2주 동안 29만장 사용…모텔 비중은 3만여 장에 불과
특정 플랫폼 독·과점 막아야한다지만… ‘원픽’과 ‘꿀스테이’만 모텔 예약 가능
문체부 결정에 야놀자 모텔 예약 불가…대한숙박업중앙회 요구 들어준 듯
정부가 지난 9일부터 소비를 진작하겠다며 진행하고 있는 ‘대한민국 숙박대전’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국민 누구나 2만~3만원어치 숙박 할인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정작 쓸 업소가 많지 않아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사업에 561억원을 들인다. 이 돈으로 이달 9일부터 12월 23일까지 55일간 할인쿠폰 193만장을 발급한다. 신청자는 국내 36개 숙박예약 애플리케이션(이하 숙박앱)을 통해 1인당 1장씩을 받을 수 있다. 양대 숙박앱인 ‘야놀자’와 ‘여기어때’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런데 21일까지 약 2주일간 모텔(중·소형 호텔)에 쓰인 쿠폰 수가 3만장이 안 된다.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발급된 29만장 중 모텔 비중은 10% 미만이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호텔(전국 1050개)과 휴양콘도(237개)에 쓰인 셈이다. 업소 수는 모텔이 3만여 개(추정치)로 가장 많다. 모텔 업주들이 “숙박대전을 체감 못 하겠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모텔이 소외된 건 문체부 결정 때문이다. 모텔 예약 때 야놀자와 여기어때에선 쿠폰을 쓰지 못하도록 막았다. 나머지 34개 숙박앱 중에서도 모텔에서 쿠폰을 쓸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원픽’과 ‘꿀스테이’ 2곳뿐이다. 모텔 업주 커뮤니티인 ‘모텔은 아무나 하나’ 관계자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모텔예약 점유율이 워낙 높아 다른 앱에선 거의 호텔만 취급해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픽과 꿀스테이 두 앱의 인지도다. 출시한 지 1년도 안 된 데다 시장 반응도 미지근하다. 구글 플레이를 기준으로 원픽의 설치 건수는 50만회 미만, 꿀스테이는 5만회 미만이다. 실제 발급한 쿠폰 수도 많지 않다. 원픽 관계자는 “9일부터 열흘간 약 1500장 발급했다”고 말했다. 마감일까지 문체부가 정한 최소 보장 물량인 1만장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모텔 업주들 “숙박대전 대한숙박업중앙회만 이득”
문체부 판단에도 일리가 있다. 특정 숙박앱의 시장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맹 업소나 사용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없어지면 숙박앱에서 중개수수료나 광고료 등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 뒤엔 정치권과 숙박업계 요구도 있었다. 단적으로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모임인 ‘을지로위원회’는 대한숙박업중앙회와 숙박업주들과 함께 ‘플랫폼경제 을(乙)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대형 숙박앱이 업주들에게 과도한 중개수수료(결제액의 9%)와 광고비를 요구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전에도 중앙회는 숙박대전 방식을 두고 문체부와 협의해왔다.
문제는 결과적으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느냐다. 업주들은 중앙회라고 의심한다. 원픽 운영사 원글로벌의 지분 20%를 중앙회가 갖고 있어서다. 지난 3월 결제서비스 개발사 ‘더휴먼플러스’와 합작해 만든 법인이다. 중앙회는 회원 업소를 제공하면서 지분을 얻었다. 중개수수료도 결제액의 9%로 다른 앱과 비슷하다. 이번 행사기간 동안 6.6%로 낮췄지만, 상시는 아니다.
중앙회에서 “원픽으로 숙박대전을 치러야 한다”며 문체부에 직접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업주 커뮤니티 관계자는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그러면서 “이번 숙박대전은 특정 이익집단(대한숙박업중앙회)의 손을 들어준 문체부의 패착”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도 중앙회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중앙회를 중심으로 특정 플랫폼을 숙박대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민원이 쇄도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반발이 이어질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중앙회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김진우 중앙회 사무총장은 “원픽으로 숙박대전을 치러야 한단 말을 한 적도, 문체부 담당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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