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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낼 바에 물려준다” 종부세 진퇴양난 다주택자 버티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퇴로 막혀
종부세·양도세 부담에 팔자 분위기 없어
증여로 돌아서거나 대선 전 ‘버티기’ 여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올해 역대급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징벌’ 대상에 오른 다주택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집을 파는 대신 내년 대선까지 ‘버티기’에 들어간 이들이 상다수인데, 실상은 양도소득세(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퇴로가 막힌 다주택자들이 증여로 돌아서는 등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집을 팔려는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는 큰 틀에서 1가구 1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거래가 12억원 이하 주택 거래에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1가구 1주택뿐 아니라 다주택자의 양도세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종부세 강화에도 매물 안 나와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아닌 종부세 강화를 통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매기면 시장에 매물이 늘면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종부세를 만든 노무현 정부의 판단이었다.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보다 더욱 강력한 종부세를 올해 부과했다.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3.2%였던 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양도세 또한 올랐다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당시 최고 40%였던 양도세율은 2018년 4월 이후 62%, 올 6월에는 75%로 올랐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담을 고려해 양도세율이 낮을 때 집을 처분할 기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도세율을 최대 75%까지 높이는 방안을 올해 6월 1일로 유예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종부세 급등의 근원인 집값이 정부 실책으로 급등했는데, 국민에게 화살을 돌린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다주택자들의 양도세 중과가 유예됐지만 이미 양도세 부담이 상당해 집 처분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세금 폭탄이 이어졌지만 당장 시장 분위기는 꿈쩍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 중개사 관계자는 “매물이 없다. 종부세 때문에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양도세 부담으로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버티는 게 아니고 팔고 싶은데 못 파는 거다”며 “양도세가 65%인데 지방세 10% 추가하면 71.5%를 세금을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액에 억울해 한다. 그래서 안 팔고 있는 거다”고 덧붙였다.  
 

종부세·양도세 부담에 증여로 전환

주택 단기 보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로 매물이 통제되면서 오히려 증여를 택하는 쪽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종부세는 주택을 가지고 있는 보유세로 매년마다 내야하지만, 증여세는 증여 처분할 때 한 번 내는 취득세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증여세와 함께 내는 증여취득세(4%→12%)를 3배 가까이 올렸음에도 증여가 줄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아파트 증여건수는 전국 기준 총 6만3054건(한국부동산원)으로 6만건이 넘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증여 건수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1월~9월) 6만5574건과 맞먹는 수치다. 
 
집값 안정화는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을 내놓을 당시 올해 5월까지 “다주택자는 살 집을 빼고는 매도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증여취득세까지 올렸다. 양도세와 종부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부부나 자녀에게 증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집을 팔지 않고 증여를 택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여기에 앞으로도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감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기 보단 전·월세 난민 속출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에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한 시민은 “종부세가 앞으로 매년 부과될 텐데 버티기가 힘들다”며 “하지만 시세차익을 포기하고 당장 집을 팔기도 어렵고 양도세도 부담된다. 차라리 증여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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