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SK, 코로나 이후에도 쭉~…대기업의 ‘거점 오피스’ 바람
삼성전자, 거점 오피스 도입 방침 밝혀
집에서 10~20분 거리, 제주 한달 살기 등 방식도 다양
유연한 출퇴근은 장점, 이용 가능한 직원은 제한적
'거점 오피스'가 새롭게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늘어난 거점 오피스 업무 방식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업무 효율 위해 도심 거점 오피스 마련 계획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거점 오피스를 추진하면 다른 기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계없이 직원들이 유연하게 출퇴근을 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걸 삼성전자가 증명하면 다른 기업도 근로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IT 기업을 중심으로 도입했던 거점 오피스 업무방식을 삼성전자는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선 직원들의 자유로운 출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업이나 마케팅 등 한정된 분야의 임직원이 주로 거점 오피스를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 중 발 빠르게 거점 오피스를 마련한 SK텔레콤은 어떤 상황일까. SK텔레콤 관계자는 “서울 을지로, 종로, 서대문을 비롯해 분당과 판교 등 5개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고 직원들이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근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스마트 오피스’를 운영하며 유연한 출퇴근과 업무 방식을 일부 도입해왔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전면 재택근무체제를 도입하면서 거점 오피스 제도를 확대 시행했다. 직원들이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었는데, 이는 재택근무와 본사 출근의 장점을 결합한 업무 방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당시 SK텔레콤 사장이었던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겸 SK텔레콤 부회장은 “내일 당장 코로나19가 없어지더라도 전 직원이 집, 회사, 거점 오피스 등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 애니웨어(Work Anywhere)'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이 쌓은 데이터와 비대면 기술을 바탕으로 공간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SK텔레콤은 “현재 (거점 오피스 사업은) 아직 시범사업이라 정확한 좌석 수나 직원들의 이용률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CJ ENM, 제주 한 달 살기 지원…하던 일은 제주서 그대로
포스코 그룹은 최근 서울 여의도 파크원과 을지로 금세기빌딩에 50~70석 규모의 그룹사 공유형 거점 오피스인 ‘위드 포스코 워크 스테이션(With POSCO Work Station)’을 마련했다. 포스코를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ICT에 근무하는 직원이 이용할 수 있다.
포스코 그룹은 직원들이 기존 사무실과 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1인용 몰입좌석, 다인용 라운지, 회의실 등 다양한 사무공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거점 오피스에서 일하기 원하는 직원은 주간 단위로 근무계획을 작성하고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포스코 측은 향후 활용성과 그룹사 참여 여부를 추가로 검토해 확대 시행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CJ ENM은 제주도에 거점 오피스를 구축하고 직원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은 직원을 대상으로 매달 10명씩 선발해 ‘제주도 한달 살기’의 꿈을 실현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존 업무는 그대로 유지하되 퇴근 후 자유로운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숙박비와 교통비 등 지원금으로 월 200만원을 받게 된다.
이 밖에 현대차, 롯데칠성 등 대기업도 서울 도심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고 업무 유연 근무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점 오피스에 대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사무실 규모의 한계, 회의나 모임이 필요한 부서의 특성에 따라 거점 오피스 사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이 거점 오피스를 마련한 것에 대해 장밋빛 전망과 좋은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이용하는 직원들의 평가나 이용률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데, 이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업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많은 기업이 공유‧거점 오피스를 만들고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거점 오피스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나 업무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무조건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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