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담보대출로 지주사 요건 유지’하는 셀트리온홀딩스, 지주사 합병으로 고리 끊나
지분 20% 이상 유지 조건 위해 대출 받아 셀트리온 주식 매입 중…대출 이자 부담 커져
오는 3일 지주사 합병 시 헬스케어 지분 활용가능…상표권료 수익도 재무 안정 기여할 듯
셀트리온의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가 통합지주사의 ‘지주사요건’인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갖기 위해 셀트리온 주식을 힘겹게 매입하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주식들에 대한 담보대출로 매수 자금을 마련하며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이다. 오는 3일 예정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이 이뤄지면 이런 흐름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달 8~29일 셀트리온 주식 4만95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셀트리온의 전체 발행주식 수 대비 0.03% 수준이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셀트리온 주식 매입은 지주사요건 충족을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주식을 20% 미만 보유하는 게 금지된다. 셀트리온의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셀트리온의 총 발행주식 대비 20.01% 보유하고 있었는데, 10월 말~11월 초 일부 임원들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며 지분율이 희석됐고, 자칫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질뻔 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즉시 셀트리온 주식 장내 매수를 시작했다. 최근 사들인 주식의 주당 매수 가격은 적게는 19만7000원부터 많게는 22만5050원으로, 약 105억원을 투입해 4만9500주를 매수했다. 매수 평균가격은 21만원 수준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11월 29일 기준 셀트리온 주식 2764만7500주를 보유하게 됐고, 보유지분율을 20.04%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셀트리온홀딩스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 같은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셀트리온홀딩스 자산 대부분이 셀트리온 지분인데, 셀트리온은 현금배당을 거의 실시하지 않아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홀딩스는 오래전부터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해왔다. 이번 인수 자금도 지난 1월 농협은행으로부터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앞으로도 셀트리온 주식 매입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임원들에게 주어진 셀트리온 주식매수선택권 등 신주인수권이 실제 발행되면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율이 19.97%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해 매출이 없었지만 이자비용으로 437억원을 쓰며 44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주식담보대출이 늘어나면 앞으로 이자비용은 더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사 합병이 완료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흡수합병을 추진 중이며 합병기일을 3일로 잡았다. 지주사가 합병되면 담보로 잡을 수 있는 자산이 늘어나고, 자금 마련이 어려울 경우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일부 매각해 이 자금으로 셀트리온 지분을 매수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은 24.29%로 지주사 요건에 다소 여유가 있다.
또 통합지주사는 셀트리온그룹의 ‘상표권’을 통해 수익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 2월 셀트리온이 보유하던 상표권을 약 269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이후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등과 브랜드 통상사용권 부여 계약을 맺었다. 계약의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표권료는 통합법인 출범 이후 본격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표권료 수입은 통합지주사가 현금배당을 받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꾸릴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한편 일각에선 강화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셀트리온 통합 지주사가 향후 자회사 지분을 각각 30%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올해 말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시행 이전 규정에 따라 신고한 지주사에 대해선 종전의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관계자는 “올해 12월30일 이전 지주사로 신고한 법인은 새롭게 강화된 지주회사 행위조건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존 자회사, 손자회사간 합병이 이뤄져도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법인을 계열편입 하는 경우에만 새로운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셀트리온그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하더라도 통합지주사는 합병법인의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면 된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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