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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손잡은 블랭크, ‘3년 만에 매출 1천억’ 신화 재연할까

 
 
블랭크코퍼레이션 로고.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올 한 해 사업부 조정을 거친 전자상거래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이 새로운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콘텐트업계의 ‘지적재산권(IP) 확보 전쟁’에 블랭크도 참전하겠다는 것이다. IP를 활용한 상품과 브랜드를 내놓는다는 뜻에서 블랭크는 ‘IP 커머스’라고 이름 지었다.
 
당장 자체 IP를 만들겠다는 말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콘텐트 IP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와 손잡았다. 디즈니 산하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의 IP를 국내에서 활용한다. 픽사는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인사이드 아웃’ 등 인기 작품을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지면 블랭크 실적에 적잖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에서 픽사 상품을 사려면 해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해야 했다. 디즈니와 라이선스 계약기간을 수년으로 잡은 것도 블랭크로선 호재다. 1년 단위인 보통의 계약과 다르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블랭크 측은 “이달 말 첫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런 차이만으로 ‘IP 커머스’란 말을 붙이긴 어렵다. 유통사에서 콘텐트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캐릭터 상품을 내놓는 건 오래전부터 있었다. 수익이 는다고 해도 공은 블랭크가 아닌 디즈니에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이날 발표를 두고 한 업계 전문가는 “라이선스 비용을 주고받는 것 이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말뿐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블랭크는 콘텐트 마케팅을 강조한다. 콘텐트 마케팅의 핵심은 양방향성이다. 사용자의 경험과 필요를 발굴해서 콘텐트로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식이다.  
 
남 대표는 이미 이런 모델로 성공을 맛봤다. 2016년 블랭크를 창업했던 남 대표는 시장에 없던 ‘콘텐트 커머스’란 말을 만들어냈다. 상품을 만들고 쇼핑몰에 입점해 판매하는 기존 모델과 차별화했다. ‘정수필터 샤워기 실험 영상’처럼 상품에 맞는 콘텐트를 만들어 홍보하고, 상품 콘셉트에 맞는 전문 브랜드 쇼핑몰을 만들어 연계시켰다.  
 
이런 모델로 남 대표는 창업 3년 만인 2018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번에 선보인 ‘IP 커머스’는 ‘콘텐트커머스’를 잇는 전략인 셈이다.  
 

“마케팅은 일방적… IP 커머스는 쌍방향 소비”

양방향성이라는 속성에선 같지만, 차이점도 있다. 하나의 영상물이 끝나도 IP는 계속 이어진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시리즈가 끝나도 그 뒷이야기를 사람들이 상상하고, 상상한 내용을 창작물로 만들어낸다. 또 시리즈가 끝나도 꾸준히 관련 상품을 구매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블랭크 관계자는 “여전히 일방적이란 뉘앙스가 있는 ‘마케팅’보단 ‘경험’이란 말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남 대표 역시 “픽사 IP를 적극적이고 쌍방향 소비가 가능한 커머스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소비를 가능케 하는 공간으로 전문 브랜드몰을 다음 해 1분기 만들 계획이다.
 
디즈니에만 그치지도 않을 전망이다. 블랭크 측은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IP를 만들 준비를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략이 적중한다면, 블랭크는 다시 한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 반열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블랭크는 2018년 기업공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나올 만큼 성장세가 가팔랐지만, 이후 위기가 찾아왔다. 사업 영역을 너무 빠르게 늘린 것이 독이 됐다. 올 한 해 사업부를 조정하고 전략을 재정비하면서 블랭크는 재도약을 준비하게 됐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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