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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운 키워드는 ‘메타버스와 NFT’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7)]

“웹의 근원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재현 우려도 있어

 
 
11월 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NFT BUSAN 2021’에서 관람객들이 NFT로 발행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올 한해 증시와 코인 세계를 뜨겁게 달군 테마가 있다. 바로 ‘메타버스’와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Non-Fungible Token)’이다.  
 
사람들은 NFT가 이더리움 기반이라 생각하지만 비트코인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2013년 컬러드코인(Coloredcoin) 프로젝트를 기억한다. 컬러드코인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통해 현물 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표현하는 토큰이었다. NFT의 효시가 비트코인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디지털 영역에서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우리들의 디지털 활동 공간은 상당히 넓어졌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자 NFT가 투자자산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덕분에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한 대면 네트워킹이나 중재자들의 역할에 의존하지 않고 진입장벽과 거래비용이 줄어들어 자유로운 경제활동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더 많은 사람에게 가치를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NFT가 블록체인에서 소유권을 인증 받으면서 원활한 거래가 가능해졌다.  
 
다양한 예술작품이나 수집품을 블록체인 상에 나타내는 디지털 파일인 NFT로 만들어 거래하자는 아이디어는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면 함께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열풍을 일으켰다. 디지털 증명서의 유무가 예술품 자체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 진품과 진품의 복제 불가능한 디지털 토큰은 분명 다른 것이다. 기존에 가려져 있던 영역을 자산화해 가치를 부여하고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점은 혁명적이지만 예술 영역의 디지털화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  
 
NFT는 가상자산이라 자금세탁 우려도 있고 기술적 측면에서 아직 완벽하지도 않다. 법과 규제라는 틀 안에서 보호되고 있지도 않다. 미흡한 점들은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향후 꾸준히 보완해 나가야 한다.  
 

NFT가 펼치는 새롭고 무한한 미래

NFT 열풍을 바라보며 인터넷 기사를 읽다 “NFT는 웹의 근원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말을 한 인터넷 정보망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다.  
 
“웹을 위한 싸움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해킹과 온라인 범죄, 증오의 물결을 웹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킹을 하기 어렵게 만든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NFT를 연결하며 그의 분신인 월드와이드웹을 지키고자 한 그의 의지가 느껴진다. 2021년 6월, 그는 웹 소스 코드를 경매에 붙였다. 검은 컴퓨터 화면에 1만여 줄의 코드를 입력하는 모습을 촬영한 30분짜리 동영상과 소스 원본파일, 디지털 포스터, 버너스리의 편지를 담아 NFT로 판매했다.  
 
그가 얼마나 그의 작품을 진품으로 기록하고 싶었을까.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꿨다(This Changes Everything)’라는 제목의 NFT는 일주일간의 경매 후 540만 달러(약 65억원)에 팔렸다. 여기서 NFT 제작이 역사적으로 주요한 예술품, 작품, 사건을 진품으로 만들어 대중화하는 순기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야구 선수가 그려진 실물 카드가 수십억원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아 위조 우려가 컸는데, 이 문제도 NFT로 해결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느끼는 어떠한 감정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관련된 물건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스포츠의 명장면을 담은 영상, 톱스타의 추억, 역사적 가치가 있는 텍스트를 위조 불가능한 파일로 만든다면 누군가에게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확실히 코로나19로 빨라진 디지털 전환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의 성숙으로 이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점차 커지는 메타버스 생태계가 NFT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NFT 덕분에 유명 작가들의 주머니가 무거워지고 수입이 톡톡히 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새로운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비자, 이베이, 타코벨, 나이키, NBA, 구찌, 틱톡 같은 온⋅오프라인 글로벌 기업과 단체가 NFT를 발행하고 판매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NFT 사업에 팔을 걷고 나섰다. NFT가 기존 수집품 산업의 구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부각된 것이다.  
 
예술가들에게 NFT는 얼마나 고마운 존재일까? 작품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원작자에게 자동으로 로열티가 지급된다. 또 다른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NFT는 예술사(史)의 다음 장이다. 디지털 세계에 대비하지 않는 갤러리와 경매장은 10~15년 후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NFT를 구입하려면 가상자산 이더리움 기반 코인이 필요하다. NFT 자체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거래소는 중개와 제작에 수수료를 붙인다. 디지털 파일을 NFT로 만드는 것을 민팅(minting)이라 한다. 민팅 작업에는 제작비용인 ‘개스 피(gas fee)’를 내야 한다. NFT가 판매될 경우 2.5%의 수수료를 내야하며 이는 원저작자가 가져가는 구조이다. 여기에 붙는 세금은 현재는 없다.
 

NFT는 새로운 버블일까?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사진 페이스북]
 
NFT는 이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게임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여기엔 지금까지 해왔던 ‘게임 내 결제’라는 단순한 수익구조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비장함이 담겨 있다. 업계는 블록체인을 기존 게임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장르 개척도 가능한 기술로 인식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3월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기반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블록체인 게임 콘텐츠 기업인 웨이투빗(WAY2BIT)을 인수한 카카오게임즈는 웨이투빗을 통해 가상화폐인 보라(Bora)를 발행해 유통한다. 네오위즈는 블록체인 서비스 관련 인력도 채용하고, 계열사인 투자 전문기업 네오플라이를 통해 블록체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네오플라이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 서비스에 NFT를 접목해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엔씨소프트도, 크래프톤도 게임의 재미를 넘어 NFT 시장과의 연결을 도모한다. 게임계 기축통화인 위믹스는 게임회사들의 계획을 실현시키는 협력사가 될 것이다.  
 
게임 산업의 경우 게임 아이템에 NFT를 적용해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NFT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를 통해 가상화폐를 획득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사례도 자리 잡고 있다. 이전까지의 아이템 같은 게임 내 재화는 이용자가 돈을 결제해 얻었더라도 궁극적인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었다. 게임 운영이 종료되면 그 가치는 없어졌다. 하지만 이제 데이터에 불과한 아이템의 가치가 살아났다. NFT에 기반한 게임 아이템은 블록체인으로 데이터가 여러 곳에 분산돼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게임 서비스가 끝나도 이용자가 아이템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 NFT 게임 아이템들은 이용자 간 거래도 허용하고, 가치에 따라 가상화폐로 바꿀 수도 있다. 디지털 정보에 불과한 게임 아이템이 실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메타 역시 NFT를 활용해 디지털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개발한다. 메타의 미션이 '연결'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메타버스 시장 개척 선언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마크 저커버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지금 소셜미디어 회사로 보여지고 있지만, 우리의 DNA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소셜네트워킹이 그랬듯, 다음 개척지는 메타버스다.”
 
NFT와 가상상품이 메타의 메타버스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그렇다고 NFT의 앞날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본이라고 해도 디지털 파일이 컴퓨터 속 데이터에 불과하다거나, 시장이 과도하게 과열됐다는 우려가 있다. 행여 NFT 시장이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과 비슷한 변동성을 보일까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빅테크 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NFT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NFT화할 실물이 위작이면 방법이 없는 데다 원작자가 아니더라도 NFT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 작품을 구매했어도 소유권과 별개인 저작권이 있어야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세금이나 규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NFT가 지나치게 많은 전기를 사용해 전 세계적 캠페인인 탄소중립 추세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누군가에게 작품은 그의 분신이다. 그래서 NFT는 나의 분신이 된다. 그 NFT가 디지털 세상을 진심으로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비이성적 과열로 인한 거품은 사라지지 않을까. 나를 닮은 NFT를 보내며 ‘진정성으로 연결된 세상’이 시대의 화두가 되기를 바란다.  
 
NFT를 지지하는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들려온다. 더 이상 인터넷이 인터넷 독재자인 구글, 애플,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인터넷 자유를 핑계로 지식재산권이 무시되었고, 콘텐트 크리에이터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NFT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와 묻지마 투자 모두를 생각해 본다. 게다가 게임업과 NFT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흥행몰이를 할 NFT 게임이 국내에서 허용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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