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기부금 동선 추적, '투명화'에 2년 26억원 모금했다
이포넷, 두나무·어린이재단과 함께 기부 앱 개발
블록체인 허점 ‘수혜자에게 현금 지급’까지 보완
후원금 횡령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부단체들은 가슴을 졸여왔다. 그해 후원금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횡령사건이 연이어 터졌던 2017년이 그랬다. ‘어금니 아빠’로 불린 이영학씨는 딸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호소해 12억원을 후원받았지만, 외제차 구입에 대부분을 썼다. 같은 해 기부단체 ‘새희망씨앗’은 4만9000여명에게서 127억원을 받았지만, 대부분을 부동산 구입에 썼다.
특히 줄어든 건 개인 기부였다. 2017년 통계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도별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그해 26.7%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지난해 위안부 피해자 후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가 후원금 유용 논란에 휩싸이는 등 기부문화를 위축시키는 사건이 이어져 왔다.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내건 해법은 블록체인이다. 정보를 위조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의 특징을 활용했다.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면 플랫폼에서 어느 단체와 어느 수혜자에게 돈이 흘러갔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또 수혜자가 어디에 돈을 썼는지도 알려준다. 거래내역이 모두 시스템에 남기 때문에 기부단체에서 위조하기 어렵다.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을 전문으로 해온 스타트업 이포넷은 이런 방법을 적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체리’를 2019년 12월 선보였다. 그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블록체인 개발 프로젝트에 선정돼 두나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만들었다. 이 앱을 통해 지난 2년간 모금한 금액은 26억원을 넘는다. 12일 현재 26억7401만원에 달한다.
그간 허점도 있었다. 기부단체에서 수혜자에게 돈을 줄 때다. 암호화폐 ‘체리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산한 뒤 수혜자에게 줬다. 현금을 실제로 수혜자에게 줬는지, 수혜자는 어디에 돈을 썼는지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어려웠다.
이포넷은 이를 BC카드와의 협업으로 풀었다. 기부금을 현금 대신 BC 선불카드에 충전한 상태로 수혜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단체가 개입할 여지를 더 줄였다. 블록체인과 결제시스템을 연동해 기부내역을 파악한다는 뜻에서 ‘마이크로 트래킹’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포넷은 이와 관련한 기술을 지난 2일 특허 등록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이달 초 구세군한국군국,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잇따라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유력 기부단체에서 새로운 기부 플랫폼에 거는 기대에 적잖은 셈이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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