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제2의 메가스터디’ 가능할까?
이투스, KT와 손잡고 메타버스 앱 ‘엘리펀’ 선보여
스타트업 클라썸 美 플랫폼 ‘게더타운’과 파트너십
2000년대 온라인강의 출시 맞먹는 파급력? “글쎄”
교육업계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학습 관리가 어려운 온라인강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제2의 메가스터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가스터디는 2000년 처음으로 온라인강의를 들고 나와 대치동 중심이었던 교육업계를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본질은 강사와 교육과정이지, 기술이 아니다”라는 회의론도 적잖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건 온라인강의업계다. 13일 온·오프라인 대입교육업체인 이투스교육은 메타버스 플랫폼 ‘엘리펀(ELIFUN)’을 내놨다. ‘엘리트(Elite)’와 ‘즐거움(Fun)’을 합쳐 이름을 만들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으면 쓸 수 있다. 유명 강사들의 온라인강의를 듣고, 본인의 아바타로 1대 1 학습상담이나 입시설명회에 참여하도록 했다.
기술은 KT 산하 IT서비스 기업인 KT DS(이하 KT)에서 제공했다. 메타버스 속 풍경은 네이버제트에서 개발·운영하는 ‘제페토’와 비슷하다. 학생은 3차원 공간에서 아바타를 움직여 강의실이나 자습공간으로 간다. 그만큼 온라인강의만으론 못 느꼈던 실재감을 받을 수 있다. KT 관계자는 학원도 업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체 개발한 챗봇이 학생 질문에 답하는 식이다.
교육 스타트업도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다. 화상강의 불편을 줄인 솔루션으로 주목받아온 스타트업 ‘클라썸’은 지난 10월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기업인 ‘게더(Gather)’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게더를 교육과정에 쓸 수 있게 컨설팅하고, 보다 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게더는 과거 유행했던 2차원 온라인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어왔다.
이밖에 대학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도 손잡는 사례가 나온다. 13일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은 한글과컴퓨터 계열사인 한컴프론티스와 메타버스 캠퍼스를 구축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해외 학생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국제적 교육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관련 플랫폼이 쏟아지지만, 업계 일각에선 회의론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수험생들이 오히려 고가의 대면교육에 더 몰리고 있어서다. 특히 외부와 격리된 환경인 기숙학원이 인기를 얻었다. 예전처럼 유명 강사의 수업을 직접 듣고, 현장에서 질의응답할 수 있다. 상위권 기숙학원은 반수생 비율이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침소봉대라는 반박도 나온다. 매달 300만원 안팎을 학비로 내야 하는 기숙학원에 학생이 얼마나 많겠느냐는 것이다. 교육 메타버스의 타깃 자체가 이런 고급 대면교육에서 소외받은 학생들이라고도 말한다. 2000년 메가스터디가 온라인강의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논리와 같다. 이투스교육은 자사 메타버스에 중·소형 학원이 입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메타버스에 최적화한 교육과정과 강사가 나올 수 있느냐다. 기존 온라인강의를 좀 더 편하게, 효율적으로 들을 수 있는 정도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교육과정과 가르치는 사람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교육공학 박사)은 “학계에선 ‘기술이 교육 효과를 얼마나 높였느냐’는 연구가 많았다”며 “결론은 별 차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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