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 2년 만에 재추진...기업 아닌 협회와 손잡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함께 반도체 학과 신설 추진…정원 50~80명 규모
"특정 기업 위한 인재 양성 아닌, 반도체 산업생태계 위한 인재양성"
서울대가 2년 만에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재추진하고 있다. 서울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손잡고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추진 중이다. 정원은 50~80명 내외로 한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서울대는 2019년에도 삼성전자와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해 시스템반도체학과를 개설하려 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특정 기업의 인력양성소냐’는 학내 반대 여론에 부딪혀 분발된 바 있다. 특정 분야, 특정 기업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국립대인 서울대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 공대 측은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특정 기업이 아닌 협회와 손잡는 방식을 택했다. 기업을 위한 인재양성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위한 인재양성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뿐 아니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패키징기업 등 다양한 기업이 회원사로 속해있다.
서울대가 반도체 계약학과 재추진에 나서는 이유는 반도체 산업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생태계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 또한 대학의 역할이라는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산업 현장에 투입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끊임없이 호소해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2020년 연평균 반도체학 석‧박사 졸업생은 60명, 전자공학과는 1000명이다. 현장 투입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석·박사 인력은 30% 이상 모자란다. 수도권 정원 제한에 가로막혀 대만이나 미국처럼 한 산업군의 정원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를 설계하고 개발할 시스템반도체 인재난은 한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런 한국 반도체 시장을 두고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만들 요리사는 있지만 좋은 레시피가 없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반도체를 생산할 시설과 공정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설계 등 원천기술이 없다는 지적이다.
"2년 전과 글로벌 반도체 경쟁 상황 다르다"
서울대는 학부 과정에 계약학과를 개설한 전례가 없다. 2년 전에도 특정 기업과 특정 분야를 위한 인재 양성은 서울대의 교육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단과대의 반대에 부딪혔다. 서울대는 당시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대신 특정 기업과 연계가 없는 연합 전공 형태로 지난해 반도체 관련 전공인 ‘인공지능형 시스템 반도체 연합전공’을 개설했다.
연합전공은 2개 이상의 전공 과정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전공 형태로, 재학생 중 3학기 이상 등록하고 36학점 이상 이수한 재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연합전공은 새로 전공을 신설하는 것보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수학점이 적어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해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더 격화됐다. 정부에서도 “2019년과 현재의 반도체 경쟁의 심각성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전공자 161명 중 반도체만 전공하는 학생은 30~40명뿐”이라며 “특히 대기업뿐 아니라 팹리스 기업들이 인재난을 호소하고 있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산업만을 위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양성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서울대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생태계의 지원을 받아 인재를 양성하고 나라에 기여하기 위해 계약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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