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시장을 잡아라”…온라인 승부처 띄우는 빅3 백화점
[스페셜 리포트] ‘아듀 2021’ 리테일 패러다임 전환기①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커머스 시장 선점하려는 신세계
3조원 투자나선 롯데, 각 계열사 전문몰 운영하는 현대百
백화점이 변하고 있다. 과거 대형 백화점들이 고급스러운 대리석으로 상징되는 오프라인 명품 매장에만 온 힘을 다 쏟았다면, 이제는 업계에서는 은근히 무시하던 ‘온라인몰’ 강화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백화점 온라인몰 운영도 필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2019년 135조원에서 지난해 161조100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185조원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내년 211조8600억원, 2023년 421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빅3 백화점 역시 200조원 시장을 두고 온라인몰 전쟁에 나섰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 등이 판매하는 상품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는 통합 쇼핑몰 ‘SSG닷컴’을 지난 2014년에 선보였다. 현재 SSG닷컴에서는 백화점, 마트를 비롯해 트레이더스, 스타벅스 등 그룹사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성적도 좋다. SSG닷컴은 초창기 연간 거래액 1조원대에서 2017년에 2조를 넘기고 지난해에는 3조9236억원을 나타냈다. 올해는 4조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신세계는 3조5000억원을 투자하며 G마켓과 옥션 등 몸집 큰 온라인 쇼핑몰을 지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전통적 유통기업을 넘어,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 잡는데 나섰다. SSG닷컴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3%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점유율 12%가 더해지면서 신세계는 네이버(17%)에 이어 이커머스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됐다.
또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인해 신세계는 기존 강자였던 ‘식품군’뿐 아니라, ‘비식품군’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신선식품을 당일에 배송하는 ‘쓱배송’ 서비스로 식품 매출이 큰 곳이 SSG닷컴이라면, 이베이코리아는 비식품 분야 매출이 비교적 커 판매 품목 확장에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3百3色, 빅3 백화점 온라인몰 차별화 전략
속도는 느리지만, 대규모 투자를 아낌없이 펼치는 기업으로는 롯데가 꼽힌다. 롯데그룹은 디지털 혁신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4월에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출시했다. 소비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프레시, 롭스, 토이저러스, 롯데홈쇼핑 등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롯데는 온라인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이베이코리아에서 나영호 부사장을 영입해 롯데온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사업부 수장으로 앉혔다. 롯데그룹 공개채용으로 뽑힌 직원들로만 똘똘 뭉친 ‘순혈주의’가 강한 기업으로 꼽히는 롯데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자본 투자도 아낌이 없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말하며 롯데온에 3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룹 통합 온라인몰 운영을 고수하는 신세계, 롯데와 달리 현대백화점은 그룹 각 계열사별로 분리된 온라인몰 운영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백화점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도 ‘더현대닷컴’과 ‘현대H몰’ 등 두 개다. 또 가구 전문몰 ‘리바트몰’, 패션 ‘더한섬닷컴’, 식품 ‘투홈’ 등으로 분리 운영하고 있다. 통합 플랫폼이나 물류망을 활용한 빠른 배송 등의 이점보다 판매하는 상품의 전문성을 살려 상품 자체에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와 롯데와 달리, 현대백화점은 마트를 운영하지 않고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닌 것과도 이어진다. 식재료 소비는 장보기 형태로 매일 이뤄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타제품 판매까지 이어지는 통합몰 운영이 효과적이라면 현대백화점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상품을 타깃화해 구입하기 때문에 통합형보다 각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아직 한계점 지닌 전통 유통기업의 온라인몰
백화점 업계가 각자의 방식으로 온라인몰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SSG닷컴을 제외한 두 백화점 온라인몰은 아직까지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롯데온은 올해 신동빈 회장이 신년 사장단 회의에서 질타할 정도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은 매출액 240억원, 영업적자 46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은 40억원이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18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롯데온 출범 당시 목표 온라인 매출을 20조원으로 잡은 것과 완전히 다른 기대 이하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사업에 있어서 전통 유통기업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꼬집는다. 한 관계자는 “온라인몰은 철저하게 온라인적인 시선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오프라인 매장 운영 측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롯데온만 살펴도 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펼치는 전단행사를 온라인몰에서도 그대로 진행하는 등 새로운 마케팅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내부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이 구분돼 서로 경쟁하는 구조 역시 일반 이커머스 기업과 다른 부분”이라며 “전문 이커머스기업을 뛰어 넘으려면 온·오프라인 사업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백화점’만의 특징을 살린 온라인몰 운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커지는 온라인 쇼핑 시장을 사로잡기 위해서 백화점은 백화점만이 지닌 ‘명품’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명품 쇼핑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들은 계속해서 가품 의혹을 받고 있는 반면 백화점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가품 의혹이 적은 편”이라며 “명품도 온라인으로 사는 시대가 오면서 값비싼 제품의 신뢰성을 지닌 백화점이 이 시장을 선점하면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앞서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예진기자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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