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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산업계 리뷰-인터넷② 카카오] 골목 발 떼고 글로벌…성장 방식 확 바꿀까

플랫폼 규제 리스크 직격탄에 평판‧주가 급락
체질 개선 선포하고 콘텐트 중심 글로벌 선회

 
 
카카오가 콘텐트를 무기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사진 카카오]
카카오의 2021년은 온탕과 냉탕이었다. 상반기엔 승승장구했다. 맞수 네이버를 제치고 처음으로 국내 증시 시가총액 3위에 등극했다(6월 15일). 액면분할을 거치면서 ‘국민주’가 됐고 자회사 상장 이슈, 카카오커머스 합병 등 호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날개를 단 덕분이다. 카카오의 약진은 실적에서도 두드러졌다. 1·2분기 연속 최대 실적 경신 기록을 이어갔다.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3%, 72.1% 증가했다.
 
그런데 하반기 분위기는 달랐다. 특히 9월부턴 규제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의 핀테크 영업 제한을 시사했고, 정부와 여당은 공룡 플랫폼 기업으로 카카오를 지목하며 강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플랫폼 기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는 걸 견제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실상은 ‘카카오 때리기’였다. 독과점 문제와 과다한 수수료, 골목상권 침해 논란 속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올해 국정감사장에 세 차례나 출석했다.
 
전방위 규제 압박을 받자 카카오는 적극 대응에 나섰다. 종합 상생안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일부 사업을 과감히 접고 내수보다 해외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겠다는 게 상생안의 골자였다. 자율주행과 이동 서비스 혁신, B2B 분야의 모빌리티 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더 집중하겠다는 거다. 아울러 3000억원 상당의 상생 기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기금은 플랫폼에 참여하는 다양한 파트너의 복지 증진에 쓰인다.  
 
상생안을 내놨지만 리스크를 해소한 건 아니었다. 내수시장을 겨냥해 꾸려놨던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체질을 개선하는 건 더 어려운 숙제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해외 공략 가속 

카카오의 성장 패턴은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불리기였다. 경쟁 사업자를 삼키고 플랫폼을 발판 삼아 새 영역에 진출해왔다. 카카오의 실적이 올해 춤을 췄던 것도 이런 방식으로 진출한 다양한 사업이 결실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젠 내수시장에선 플랫폼을 활용한 확장 전략이 부담스러워졌다. 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국정감사에 3차례나 증인으로 불려갔다.[연합뉴스]
카카오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내수시장 골목대장’ 굴레를 벗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거다. 카카오가 구상하는 해외 진출 핵심 비즈니스는 콘텐트다. 일본에 라인을 정착시킨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해외에 비빌 언덕이 마땅치 않았는데, 그나마 콘텐트 분야에서 돈을 벌고 있다.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는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계열사 중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해외 공략 첨병 역할을 맡았다. 이 회사의 웹툰 플랫폼 ‘카카오웹툰’은 태국과 대만 시장을 공략 중이고 올해 인수한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통해 북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엔 래디쉬를 통해 세계 최대 무협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도 삼켰다.  
 
같은 그룹의 카카오픽코마와 공동으로 프랑스 시장에도 노크 중이다. 북미와 아세안, 유럽 시장에서 확고한 콘텐트 리더로 자리매김해 글로벌 공룡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견주는 내실을 갖춘다는 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웹툰·웹소설 기반의 스토리 사업 글로벌 통합 거래액을 3년 내 3배로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블록체인 역시 카카오 해외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설립했다. 크러스트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다만 카카오의 해외사업이 모두 초기 단계란 점은 걸림돌이다. 당장 성과를 내면서 카카오의 체질을 빠른 속도로 바꾸는 건 어렵단 얘기다. 
 
이 회사 주가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12만원대를 횡보하던 카카오 주가는 현재 11만원대로 무너졌다. 전고점(6월 23일·16만9500원) 대비 33.3%나 하락한 수치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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