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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지국 구축 안하냐고 비난받지만…이통3사 세워도 못 세워도 문제

28㎓ 의무구축 수량에 지하철 공동구축 기지국 포함
이통3사 “기지국 촘촘하게 깔아야 하는데…현실적으로 B2C 대상 전국망 서비스 쉽지 않아”
제재 피할 길 열렸지만 논란 해마다 반복될 가능성 커

 
 
5G 28㎓ 기지국 의무구축 실적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연합뉴스]
28㎓ 기지국 의무구축 숫자가 부족해 정부 제재 위기에 놓여있던 이동통시 3사가 한숨 돌리게 됐다. 정부가 의무구축 기준 수량에 28㎓ 지하철 와이파이 공동구축 기지국을 포함하기로 하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5G 이동통신 할당조건 이행점검 기준을 수립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원래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까지 28㎓ 대역 5G 기지국을 총 4만5000개 세워야 했다. 하지만 실제 이행 실적은 0.7%에 불과한 312개(2021년 11월 기준)에 그쳤다. 의무구축 수량 대비 구축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점수가 30점 미만이면 주파수 할당 취소 등 정부 제재를 받아야 했다.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제재를 피할 길이 열리게 됐다. 현재 이통3사가 공동으로 구축할 예정인 지하철 와이파이 기지국은 1500개인데, 이 숫자를 포함하면 제재를 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통3사가 28㎓ 기지국 구축 실적이 기대보다 미흡하단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28㎓ 기지국 구축 숫자는 이동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기업들은 “기지국을 세워도, 못 세워도 문제”라고 호소한다. 이유가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업계에 5G용으로 할당한 주파수는 3.5㎓와 28㎓ 대역 두 가지다. 이중 이동통신사가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중인 5G 주파수 대역은 3.5㎓뿐이다.  
 
문제는 3.5㎓ 대역의 이론상 최대 속도가 1.5Gbps로, 28㎓ 대역의 최대 속도(20Gbps)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28㎓ 대역은 LTE(최대 속도 1Gbps)보다 20배 빨라 ‘진짜 5G’로도 불린다. 20배가 빠른 속도는 5G가 상용화하고 고객을 끌어모을 때 업계가 내건 장점이었다.  
 
5G를 둘러싼 부실 품질 논란이 “이통3사가 28㎓ 인프라 투자에 인색해서”란 결과론으로도 이어지는 이유다. 이렇게만 보면 논란을 풀 해법은 간단하다. 이통3사가 28㎓ 인프라를 전국에 세우면 될 일이다. “속도가 느리다”는 소비자 불만이 줄어들고 정부 제재 칼날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28㎓ 주파수는 속도는 빠르지만 전파 도달 범위가 짧고 잘 끊기는 단점이 뚜렷하다”면서 “작은 장애물에도 쉽게 방해를 받아 기지국을 훨씬 촘촘하게 깔아야 하고 건물별로는 여러 중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B2C 대상 전국망 서비스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B2B 용으로만 쓰일 텐데, 당장은 기업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8㎓ 서비스가 일반 고객 대상 전국망 구축이 어렵다는 점은 정부도 알고 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국망 구축이 가능한 성질의 주파수 대역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8㎓ 서비스는 특정 지역에 설치해서 가상현실(VR)이나 확장현실(XR) 등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구축을 독려하긴 하겠지만, 기업 대상이나 인구 밀집지역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전국망 구축이 목표인 3.5㎓ 인프라에 견줘보면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28㎓ 기지국은 당장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향후에도 28㎓ 기지국이 전국에 촘촘히 깔리는 시나리오는 기대할 순 없다는 얘기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통3사가 28㎓ 기지국을 구축할 요인이 적은 상황에선 기지국 숫자를 둘러싼 논쟁을 반복하는 건 감정만 소모하는 일”이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차라리 고가의 5G 요금제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손질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무선 이동통신기술’로 각광받던 5G가 상용화한 지 4년째다. 그사이 5G를 쓰는 소비자만 눈에 띄게 늘었다. 2019년 4월 78만명이었던 5G 가입자 수는 지난해 2000만명을 돌파했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기대감만 키우는 마케팅 용어에 그쳤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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