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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자본시장 공약에 1000만 개인투자자 반응 “불만족”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제도 개혁 기대
"차별에 피해까지, 정부 방관해 불합리"
세법개정안이 편법과 자금이탈 부추겨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코노 인앤아웃(IN & OUT)
① 李 ‘불법공매도 퇴출’ vs 尹 ‘증권거래세 폐지’ 누가 이길까

② 李·尹 자본시장 공약에 1000만 동학개미 반응은 “불만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동학개미’의 표심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개인투자자들의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혁이나 주식 양도소득세 개선에 대한 방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나와서다. 특히 내년으로 다가온 주식 양도세 시행은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민감한 사항이라 보다 세심한 공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0일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셀트리온 등 12개 종목의 소액주주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주식시장의 공정한 발전을 위한 방안’을 담은 ‘대선 후보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외국인과 기관이 부(富)를 독식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에 대한 불공정이 추방되어야 한다”며 “주식투자자 민심을 공약에 최대한 반영하는 후보를 공개지지 선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투연과 소액주주 단체가 가장 주목한 건 공매도 제도 개혁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그만큼의 주식을 사서 빌린 것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하락장에서 주가를 더 하락시키는 사례가 많고,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개인이 참여하기 어려워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이들이 요구하는 공매도 제도 개혁 방안은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대주(주식대여) 기간(90일)과 담보비율(140%) 통일, 외국인·기관 공매도 증거금 법제화, 종목별 발행주식수의 3~5% 이내로 공매도 제한하는 ‘공매도 총량제’ 도입, 시장조성자제도 전면 폐지 또는 개선 등이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공매도 대주기간 조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공매도 담보비율 조정)의 자본시장 관련 공약에 반영된 것은 공매도 대주기간과 담보비율 조정 요구 정도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차별을 해소하는 쪽으로 공매도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아직 공약에 빠진 부분이 많아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인이 외국인·기관보다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공매도 담보비율, 대주기간, 증거금률 등에서 차이를 두는 건 지나친 차별”이라며 “게다가 외국인·기관의 무차별 대규모 공매도로 피해까지 보고 있으므로 이를 방관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기업 물적분할 대책 ‘만족’ 주식 양도세 시행 ‘불만족’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기업 물적 분할’ 관련 공약에 대해선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현재 이 후보 측은 소액주주가 물적 분할에 따른 주가 하락 전 가격으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사달라고 기업에 요청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 물적 분할 된 자회사가 상장을 위해 신주공모 등을 할 때 모회사 주주가 우선 배정(보유주식 수 비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주우선배정권’ 부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도 자회사의 공모주 청약 때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비율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공약했다. 정 대표는 “두 후보의 물적분할 공약을 살펴보니 우리가 요구했던 사항들을 대체로 반영해준 것 같다”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관련해서 추가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전반적으로 큰 불만은 없다”고 평가했다.
 
한투연은 다만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자본시장 공약에서 가장 미흡한 점으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부분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장기 투자자에 한해 주식 양도세 우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윤 후보는 주식 양도세 도입 시기에 맞춰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공약”이라고 비판하며 “차라리 증권거래세를 소폭 인상하고 주식 양도세 부과를 철회하거나, 2년 정도 늦춰서 제도 시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상장주식과 주식형펀드 등을 포괄하는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도입해 양도세를 부과한다. 단 금융투자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경우 과세하지 않고, 그 이상인 경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소득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과세한다. 
 
당초 세금 면제 기준선은 2000만원이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을 얻는 개인의 비율은 전체 투자자의 약 2.5% 수준(최근 11년 분석 기준)이다. 이에 정부는 ‘슈퍼개미’가 아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에겐 양도세 부담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금융투자소득 3억원 이상인 ‘큰 손 개미’들은 양도세 도입 시 국내 시장에서 미국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차라리 1인 법인을 설립해 양도세를 피하겠다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식 양도세는 개인투자자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으로 외국계 금융사와 기관 등 법인과는 무관하다.
 

2030 개미 “양도세 합당, 소득 높으면 세금 더 내야” 

정부가 주식 양도세 시행과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낮추기로 한 점과 관련해 외국인·기관이 얻는 거래세 축소 혜택을 개인들의 양도세로 메우려고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모두가 주식 양도세 시행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금액 자체가 크지 않은 소액투자자, 특히 20~30대 사이에선 증권거래세보다 양도소득세 부과가 합리적이란 의견도 많다. 3년 이상 주식에 투자해온 30대 김모씨는 “굴리는 투자금 자체가 큰 고액투자자들에게 투자소득에 맞춰 양도세를 차등 부과하는 건 합당하다고 본다”며 “많이 벌면 세금을 당연히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투자자들은 연간 투자소득이 5000만원(양도세 과세 기준)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고, 차라리 거래세를 낮춰주면 주식 매매가 더욱 활성화되는 효과가 나타나니까 투자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언급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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