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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지위 추락 불가피…올해보다 내년이 더 심각

[HDC현산 앞날은①] 미래사업 올스톱하나
2020년 시평액 상위 10위권 유지 불투명
신용평가3사 HDC현산 신용등급 재검토
화정동 붕괴 사고 후 시총 6000억원 증발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사흘째인 13일 오후 119구조대 드론이 실종자 수색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내 대형건설사의 판단 지표인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내에 자리하는 건설사다. 2020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5조6103억원을 기록해 9위에 위치한다. 시공능력평가는 공공사업 입찰 조건에서 참여 자격의 기준이 되는 건설업계 중요 지표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매년 7월 발표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순위권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4구역 철거현장 붕괴사고 여파와 금호아시아나 인수 무산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3분기(누적) 기준 매출액 2조366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760억원)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으로 선방했다. 하지만 문제는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에서 감점될 가능성이 커졌다. 순위가 얼마나 떨어질지 현재로써는 가늠조차 안되는 상황이다.
 
물론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떨어진다고 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큰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전체 사업의 70% 이상이 주택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건설사라는 인식으로 앞으로 있을 각종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로 인한 매출 감소까지 현실화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보다 내년 시공능력평가에서 더 가파른 순위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신용평가 3사, HDC현대산업개발 신용등급 재검토 나서 

국내 신용평가업계도 줄줄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사고 현장 비용 부담, 다른 사업장 영향, 수주경쟁력 저하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신용등급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고의 영향을 신용도에 즉각 반영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일회성 손실과 비용 부담을 상당 수준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9월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유지하는 데다 약 2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등 재무적 대응력을 확보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 현장은 2022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사업장으로 도급액은 약 2600억원 규모다. HDC현대산업개발의 2021년 9월 말 기준 전체 주택사업 규모 약 9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사고현장의 도급 규모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2021년 3분기 말 기준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 진행률(총 도급액 대비 누적매출액)은 50%를 웃돌고 있다. 
 
문제는 HDC현대산업개발의브랜드 인지도, 시공 역량 등 주택시장 수요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것이다. 주택 시장 수요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장기간 계속되면 신규 수주 활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주물량이 줄어 본원적인 사업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철거 중에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사고와 달리 이번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건설사고는 시공 중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브랜드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며 "특히 주택부문 의존도가 높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브랜드 평판 회복이 어려울 경우 수주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도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주택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상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자산 유동화를 활용한 PF 자금 조달 규모가 상당 수준에 이른다”며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 채무의 원활한 차환 여부가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영향이 궁극적으로 기존 사업장의 공사 차질에 따른 손실 발생 확대, 수주실적 저하, 금융시장 접근성 악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 펀더멘털에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할 경우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광주시에서 진행 중인 현장의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올해 준공을 앞둔 일부 현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 2만30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인데 이번 사고 수습이 늦어지면 매출가변성이 커질 수 있다”며 “분양사업의 일정 지연 여부와 광운대 역세권개발사업, 잠실 복합개발사업, 청라의료복합타운 등 주요 개발 프로젝트의 일정 변동 가능성도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의 장기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한편, 이번 광주 붕괴사고로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6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약 6000억원 이상이 증발했다. 사고가 발생한 1월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종가 기준 2만5750원을 기록했다.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1월 19일 1만5900원까지 내려앉았다. 시가총액은 사고 발생 이전 1조6971억원에서 1조479억원으로 약 6438억원이 줄어들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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